내 인생의 마술 이야기 Vol.3
군대를 전역하고, 바이시클 카드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서 남포동으로 향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부산의 유일한 매직바 라고 하는 A.W. 매직바 였다.
거기서 바이시클 카드를 살 수 있다는 카더라 이야기를 듣고 간 거였다.
지금은 간판 이미지조차 찾기 힘들어진 A.W.매직바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느낌은 무척 신기하고 반갑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마술사로는 활동하지 않는 구미정 마술사님이 당시에 바 안에 서계셨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음료나 술을 마시러 간 건 아니었기에, 바이시클 카드를 구입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가격은 10,000원인가 15,000원인가 주고 구입을 했다.
비싸기는 했지만, 바이시클 카드를 새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분이 좋았다.
카드를 구입하고 잠시 나디아(구미정 마술사의 닉네임)의 카드마술을 감상했다.
여자 마술사였고, 손이 그리 크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기술을 하나 썼다.
한 손으로 리플 셔플을 한 것이다.
보통 리플 셔플은 양손으로 하는게 당연한 거였는데, 나보다 손이 작은 마술사가 한 손으로 리플 셔플을 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 물론 처음 간 거여서 애써 태연한 척 하며 그냥 마술을 지켜봤다.
처음 카드를 잡은 사람들에게는 사실 양손으로 하는 리플 셔플도 쉽지가 않다.
그런데, 손이 큰 남자도 아니고, 여자 마술사의 작은 손으로 한 손 리플 셔플을 하는 모습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그 뒤 잭 카드를 이용한 카드 샌드위치 연출을 본 듯 하다.
나는 평일 저녁에 들렀는데, 그 주말에 정기 모임이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토요일이 되었고, 처음 정모에 참석을 했다. 회비를 내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당연히 나 말고도 20~3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정모에 참석을 했다.
김현수 마술사님과 김치 마술사님의 마술을 감상했다.
마술이 끝난 뒤에 테이블별로 조를 짜서 나누어 앉고, 김현수 마술사님, 료 마술사, 김치 마술사님이 해당 테이블을 맡아서 개별적인 피드백과 Q&A 시간을 가졌다.우리 테이블은 료 마술사님이 앉으셨는데, 어떤 친구의 코넬리우스 컷에 대한 이야기를 피드백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 시간이 끝나고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제스트매직 이라는 동호회 이름을 듣게 된다.
제스트매직. 이름이 꽤 멋지다고 생각했다.
zestmagic.com 이라는 다음 카페 주소가 아닌 독자 도메인을 갖고 있는 그래서 더 눈길이 갔다.
정모에서 돌아와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도메인을 입력했다.
당시 제스트매직은 예비회원/정회원 으로 나누는 시스템이었는데,
정회원이 들어갈 수 있는 페이지를 예비회원은 들어갈 수 없었다.
예비회원은 단 하나의 게시판만 이용할 수 있었다. 자유게시판 성격이라 보면 된다.
거기에 글을 꼭 남겨야 하는 건 아니었고, 오프라인 정모를 3회인가 참석하면 정회원 자격이 주어진다고 했다.
나는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기 전부터 내가 마술을 하면서 겪어왔던 일들과 생각을 열심히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정모를 나가기 전부터 내 닉네임(후디니)이 나름 유명해졌다. 정모에 나갔을 때, 글과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을 만나는 게 무척 신기하고 즐거웠다. 매월 정모를 가지고, 소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영화도 보고, 회장인 구라꾼 형님이 마술사로 일하고 있는 칵테일 바에서 밤을 함께 지새우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공감해주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소중한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정모를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져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이런 소중한 기억이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또 그 시절의 나에게 감사하려 한다.
엄마의 병 덕분에 군대에서 마술을 처음 접하고,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마술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게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그전에는 모르고 살았으니까요.
이후로는 마술동호회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한창 하다가 여러 이유로 소원해지고 운영진에서도 물러나게 된 뒤에, 관련 기록들을 잘 보관하지 못했습니다.
제스트매직의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로고나 당시의 모임 사진과 회원들의 글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 지금에 와서 무척 후회가 남습니다.
제가 가진 조금의 다른 사진과, 기억에 의존해야겠지만, 생각이 정리되면, 동호회에서의 활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편의 글로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