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아따까마로 향하는 길에서
# 22시간 버스 타는 길이 별로 지겹지가 않다.
미국 서부에서 황량한 도로를 몇 시간씩 달려 한 십일 동안 매일 국립공원을 보고 다닐 때는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황무지의 풍경이 새삼 이제는 아름답게 다가온다.
10시간 째 계속 되는 황량한 풍경을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다.
황량한 아름다움
특히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오는 국경 지대는 정말이지 '황량' 그 자체였는데
황량한 벌판 위로 희끄무레하게 구름 얹힌 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버스 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버스 옆 자리에 앉은 칠레 아저씨랑 스페인어로 최장 시간 얘기했다. 에콰도르 이후로 특별히 더 외운 단어도 없는데 대화가 조금씩 더 잘 통하는 걸 보면 왠지 신기하다. 하지만 완전 초급에 초급만 배운 터라
스페인어로는 과거도 미래도 어떻게 표현하는 지 모른다.
하지만 여행 중에는 사실 현재형이면 충분하다.
'지금' 어디 가고 뭘 하고 뭘 먹고 뭘 좋아하는 지 뭘 할 건지,
대화는 항상 현재가 중심이니까.
나 또한 항상 '지금의 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백 개도 채 안 될 내 스페인어 단어로도 대화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남미가 여름이라지만 높은 고도 덕에 항상 긴 옷을 껴입고도 덜덜 떨기 일쑤였는데
드디어 바다 가까이로 내려왔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라는 아따까마는 낮에는 옷을 입은 팔도 따가울 정도로 강한 햇살이 내리지만 밤에는 꽤 선선한 편이다.
거추장스러운 옷차림을 덜어내고도 선선한 바람을 즐길 수 있는 게 새삼 즐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