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새벽 두 시에 까페에 앉아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우연한 초대, 아티스트들의 밤.
1.23
고작 해물탕 하나 먹었을 뿐인데 과일 사서 집에 돌아오니 10시다.
1.24
숙박도 공짜로 하고 있고 딱히 뭐 쓰는 것도 없는데 돈이 씀풍씀풍 사라지고 있다.
소리 지르고 싶다.
1.25
마우로 집 거실 식탁에 앉아 컴퓨터만 계속 두드리고 있다.
칠레 땅에 도착하고도 며칠이 지나서야 칠레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 것.
내 17인치 컴퓨터 화면에서도 한 눈에 다 보기 힘들만큼 넓은 남미 지도를
이리저리 줄여도 보고 확대도 해가며 골똘히 들여다 보고 있다.
어떻게 가는 게 제일 좋을까.
바로 얼마 전까지의 나에게도 생소했던 지명들이 지금 내 머릿 속을 꽉 채우고 있다.
내가 발 딛는 곳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은 겨우 요만큼 뿐인데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넓디 넓은 땅이
지도에는 이렇게나 조그맣게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때로 먹먹하다.
창밖으로 펼쳐질 멋진 파타고니아의 풍경을 머릿 속으로 그리며
버스로 내려갔다가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비행기로 한 번에 올라오기로 정한다.
혼자 다시 여행길에 나선다.
불안과 두려움 사이에는 이제 기대감이 있다.
혼자가 불안하긴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