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자전거 그리고 음악

100퍼센트 완벽한 여행을 만드는 법

by 김지영

# 처음으로 큰 가방에서 꺼낸 삼각대는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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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고독을 씹으며 달릴 줄 알았던 달의 계곡으로 가는 길에는 동행이 많았다.

배낭을 단촐하게 맨 즐거운 칠레 여자애들 넷과는 속도는 달랐지만 포인트마다 계속 만났고,

스쳐 지나가는 자전거 여행자들은 모두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던 칠레 가족은 사진을 찍다가 만났는데 매표소에서 다시 만나자 잠깐- 하며 기다리라고 하더니 눈인사를 찡긋 날렸다. 내 입장료까지 대신 내준 것. 사천원 가량의 돈이지만 갑자기 확 비싸진 물가로 무거웠던 배낭 여행자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푸근한 인심 덕에 페달을 밟는 것이 한결 더 경쾌해졌다. 그 뒤로도 자동차를 달리며 몇 번을 빵빵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면 가족 모두가 차 안에서 엄청나게 반가운 손인사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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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90407.JPG?type=w2 루나 밸리 입구에 들어선지 얼마 안 되서 부터는 역시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던 페르난도와 자연스럽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같이 달리게 됐다.


여행에 음악이 없다면


며칠 간의 고군분투 끝에

볼리비아 구멍 가게에서 100볼(=16000원) 주고 산 엠피쓰리에 노래를 넣는 데 드디어 성공했다.

(불량품이 아니었다는 감격!)


남미에 온 지 얼마 안되어 휴대폰을 도둑 맞은 뒤 두 달 여를 음악없이 살면서

'뭐 노래없는 여행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구나'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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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곡 정상에서 뜨겁던 일몰을 기다리며

바람 소리랑 섞여 귓 속을 채우던 음악에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별빛에 의지해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

깜깜한 조용함 속에 노래와 페달을 밟는 일에만 집중하던 그 순간이

어찌나 가슴 벅차게 뻐근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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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내리막 길의 스릴도 좋지만,
적당한 경사의 평지에서 오래오래 자전거를 달리는 건 더 좋다.


페달이 굴러가는 대로만 발의 속도를 맞추면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서.


오르막 길을 오르는 수고를 들일 필요 없이,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내리막 길과 달리


자전거는 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경치도 즐기고

가끔은 양 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는


길고 평탄한 사막의 길이 너무 좋아서 가끔 혼자 소리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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