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않는다는 말

by 김지영
아무도 이기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p.9

다른 누군가를 이기지 않는다면, 결국 패배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이 패배자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내게 스포츠란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기만 했다.


과연 이기지 않는 것은 패배를 뜻하는 것일까?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처음 대회에 참가해 결승점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기록으로 뛰는 둥 마는 둥 고개를 푹 숙인 채 경기장 초입으로 접어드니 길 양옆으로 우리가 들어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가족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꼴을 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내게 박수를 치면서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고 격려해주는 것이었다. 그 환호를 대하자마자 내 등이 쭉 퍼지면서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느껴졌다. 누가 봤다면 곧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려는 선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슴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우리 모두 우리의 삶을


이렇게 세밀하게 관찰하고

따스하게 느끼고

소소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지지 않을까, 두려워 하는 마음을 떨쳐 버리고

힘껏 달려나갈 수 있도록

살포시 우리의 등을 밀어준다.


담백하게 용기를 주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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