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지지않는 현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생생한 삶 mas vida!
2013/11/24 03:37
일전에 열심히 놀테다-!란 다짐을 글로 남긴 적이 있다.
간만에 맞은 고요한 새벽에 꼼짝도 않은 자세로 강신주를 내리 읽으며 곱씹어 생각해보니
내가 다짐하듯 외친 '놀기'란 더 적확하게는 '생생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게 주어진 하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
그리하여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에 상처받더라도 계속 더 생생한 삶 쪽을 선택하는 것.
빨간머리앤처럼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자꾸 더 상상하면서.
거기엔 당연히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받아본 사람일수록, 전보다 더욱더 큰 용기를.
그러니까 다짐이 필요하다.
흔들리지 않을 수있을까-하고 불안해 되려 되묻지 말자. 지고, 또 지자.
mas vida 더 생생한 삶 계속 흔들리며 피는 꽃
"권력은 여러분을 고독으로 몰고 갑니다. 무아지경에 이르지 못하게 하죠. 그래서 우리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방법은 나자신이나 세상을 모두 낭만화하는 겁니다. 물론 자본은 우리의 낭만적 삶을 부정할겁니다. 낭만적인 사람은 세상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낭만을 위한 싸움을 시작하려면 우리가 먼저 되새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뭐죠? 고독을 멋이라고 자랑하지 말자고요. 일차적으로 우리는 상처받았어요. 고독하도록 내밀린 겁니다. 이걸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삶의 행복을 찾으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게 몰입할 수있는 것을 찾는 거에요.몰입을 못하면 죽은 거니까요."
-186 강신주의 다상담
사랑의 반대가 무관심이라면
행복의 반대는 나에게 지루함이다.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그건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종용하는 추상적인 '실패'가 아니라, '구제불능의 지루함을 참을만한 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멀어지고 싶던 그것에서 지금의 내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구제불능의 지루함에서 거리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까지 내가 찾은 바로는,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발견한 오늘의 행복을, 오늘의 새로운 일을, 오늘 나의 마음이 머물렀던 것을, 새롭게 관심을 가졌던 일을, 새롭게 사랑한 것들에 마음껏 몰입하고 곱씹어 보는 것. 삶의 낭만을 찾기 위한 나 자신과의 투쟁법. 행복을 좇는 감각이 닳지 않도록, 무뎌지지 않도록.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중경삼림에서 금성무는 유통기한이 만년인 사랑을 꿈꾸지만 그건 진작 생생함을 잃은 통조림 속 파인애플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이 없는 무색무취의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는다는게, 가장 무섭다. 생생한 마음, 탐닉의 시간이 그립다. 그렇게 열렬할 수 있었던 나 자신도. 연인에 대한 사랑 뿐만이 아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사랑, 소설 한 권, 영화 한 편에 대한 사랑, 오후 한줄기 빛에 대한 사랑, 그런 것 없이 우리는 삶의 의미를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삶에 생생함을 주는 유일한 빛, 사랑만이 우리 삶의 이유다.
산다는 것
지금 산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른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그대와 손을 맞잡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산다는 것
그것은 짧은 치마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감추어진 악을 조심스럽게 거부하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산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산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갓난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다친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지금이 지나가고 있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산다는 것
새는 날개를 친다는 것
바다는 울린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그대 손의 따스함
목숨이라는 것
- '산다', 다니카와 슌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