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일상에서라면 하지 않을 사치를 하고 있다. 먹을 것, 입을 것에 아낌없이.
그리고 마음의 사치를 해야지.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담고 내 생각도 담아 두고.
혼자인게 편한데 - 예쁜 곳을 보면 다음에 한번 더 아끼는 사람과 오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기억에 새기는 걸 보면 둘인 것을 더 좋아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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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탑동 관덕로의 이 매력적인 가게들은. 정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각각의 매력이 있어 공간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도 나의 집을 틈틈이 그리고 살뜰히 살피면서 공간을 '취향대로' 꾸민다는 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인지 짐작은 되니까. 이만큼 취향이 녹아있는 공간을 보면 참 어여쁘고도 감탄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곳의 가게들에는 저마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빈티지 찻잔들이 오목조목 찬장에 들어차 있었다. 그 예쁜 모습을 골똘히 보다가 결국 연보라색 찻잔 하나를 사고 말았다. 손잡이도 없이 얇은 유리로 된 아주 작은 찻잔이라 뜨거운 차를 마시기도 애매한 아이가 내 눈을 사로잡아 버린 탓이다. 여행 동안 가지고 다니다가 비행기를 태워야 하는 번거로움은 나중 몫이다.
예쁜 컵이 좋다. 요즘은.
시기마다 관심가는 물건들이 다른데.
옷, 화장품 같이 나를 꾸미는 물건들보다는 컵, 그릇, 화분, 모빌 같이 나의 공간과 생활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물건들이 좋다.
그런 아름다운 물건들과 함께라면 더욱 쉽게 행복에 헤퍼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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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안개를 헤치고 아베끄에 도착했다.
이 예쁜 서재와 같은 서점을 하룻밤 오롯이 소유한다는 것. 예전엔 상상만 하던 낭만적 경험.
책방의 주제도 사랑이다. 북스테이 이름은 오 사랑. 서가에도 사랑과 관련한 책들이 많이 꽂혀있다. 이럴줄 알았으면 내 책은 좀 덜 가져오는 건데. 여기 꽂힌 책들 구경하고 들춰보는데만도 하루는 족히 부족하겠다, 싶은 생각에 늦은 밤 도착한 나의 마음이 혼자 바빠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