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우연이 만나는 길 위에서

It is a small world. See you again!

by 김지영
이 엽서가 정말 나를 싱가포르로 이끈 걸까?


카이리는 우리집에 잠깐 머문 손님이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즈음 이런 엽서를 받았다.


"싱가포르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사진을 보내. 이 엽서가 니가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하는데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어."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도시 여행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발리에서 인도로 가는 비행편을 급하게 사면서 마침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것을 사게 되었다. 짧고도 긴 14시간. 카이리에게 싱가포르에 가게 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도착은 다음날 아침! 하핳. 그랬더니 너무나 고맙게도 하루 연차까지 내고선 아침부터 나를 데리러 와서 싱가포르 압축 투어를 시켜주었다.

덕분에 마리나베이샌즈, 차이나타운, 식물원, 센토사 아일랜드까지 다 가고도 시간이 남아 카이리네 할머니댁에 가서 다과를 먹으며 수다를 떨다 비행기를 타러 나왔다.


카이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는 삭막한 또다른 회색 도시였을 뿐이었다.


비행기에 짐을 다시 올리며, 잠시 공간을 공유했을 뿐인 나를 위해 그가 써준 시간과 마음을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는

카이리가 꼭 서울에 다시 놀러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느리고 오랜 계획들 중에는 '여행 중에 만난 친구들을 다시 만나러 가는 여행'이 있다. 재작년 여름 유럽여행에서 짧게 시도하고, 작년 아시아여행에 이어 이번 인도여행에서도 그런 인연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년 전 하우스메이트였던 오스틴을 홍콩에서 다시 만났고, 3년 전 바라나시에서 식당 옆자리에 앉았던 마두와는 뭄바이에서 다시 만나 고아를 함께 여행하고, 함피에서 보트를 같이 탄 롭상은 벵갈루르에서 다시 만났다. 일부러 다시 찾은 건 아니지만 여러 우연이 나를 다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처음 긴 여행을 했을때는 하루든, 일주든, 한달이든, 시간을 공유한 친구들과 헤어질때마다 눈물을 참는 것이 너무 힘들어 항상 뒤돌아 눈물을 쏟곤 했다. 앞으로 평생 다시 못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늘 마지막 순간을 극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는 잦은 이별에 지친 마음이 새로운 마주침 앞에서 자주 머뭇거리게 만들 뿐이었다.


지금은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길 위에서는 만남과 이별이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 어떤 우연이 우리를 다시 길 위에서 만나게 해줄 지 모르니까. 그리고 계획하지 않은 만남이 주는 기쁨과 감사함을 배워가고 있으니까.


이제는 이 말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인사가 되어도 괜찮아.


It is a small world.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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