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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야하는 노동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윌리엄 모리스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을 읽으며

by 마타이

"우리에게 완전히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삶이 주어진다면.."으로 시작하는 단락에서 나는 숨을 멈춘다. 만약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퇴근길에 읽은 글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마 요즘 나의 고민을 대변하는 구절을 읽었기 때문일거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이미 주4일제를 시행하거나, 한달에도 여러 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정부는 4.5일제 시행을 발표했고, 여기저기서 근무 시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주6일제도 살았던 나다. 주5일이 되었을 땐 주말에 무얼해야하나 걱정했는데, 이제 주중에 무엇을 해야하나 걱정할 참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도통 삶의 목적은 알 수 없다.

KakaoTalk_Photo_2025-07-28-19-54-20 014.jpeg 크리넥스를 구겨놓은 듯한 꽃마저 어여쁘구나

대체 어떤 삶을 원했던 것일까. 쉼은 기쁘나, 정작 원했던 것이 "노역의 시간을 최대한 줄여 예전에는 바랄 수도 없었을 긴 여가시간을 갖는 것"이었나.


윌리엄 모리스는 말한다. 살기 위한 노역. 그것은 정말 노역일 수 밖에 없을까. 모든 일이 다 짜증나는 거라면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한들 결국은 다 노역은 아닐까. 그럴꺼면 차라리 죽음과는 무엇이 다를까.


우리는 꼭 해야하는 노동의 시간에 무엇을 해서 무엇을 이루어야 하나. 모리스는 인간이 노동하며 느끼는 즐거움의 표현을 진정한 예술이라고 말한다. 남다른 재능을 가진 어떤 일을 한다면 더욱 더. 모든 만물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가 늘 함께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정말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고, 행복하지 않은 노동의 양이 최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 문명세계의 최우선 의무라고 말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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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맹목성과 조급증으로 지옥을 만들거나, 지옥의 체제를 떠받들고 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물건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는 노역, 경쟁적으로 사고파는 일의 한갓 재료로 사용되는 노역...


정직함과 소박함으로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일을 하게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지나쳐온 고물상을 바라본다. 경쟁적으로 사고파는 일을 하다 결국 많아진 버려지는 것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물건들을 허리가 빠져라 운반해야하는 사람들...


한쪽 귀퉁이에 뭔가 붙어있다. 무얼까 들여다보니 징검다리 밥상공동체가 자원 수집어르신에 시원한 생수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어떤 일은 노역의 짐을 해방시키고, 열을 내리고, 공동체를 손 보는구나.


여름 저녁이다. 이 아름다운 저녁에 정직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다시금 나를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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