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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타이 Feb 22. 2024

갑자기 눈이 왔다

나는 어제 때문에 행복해졌다

출근길에 눈이 하얗게 내려앉은 전깃줄을 보았다. 다세대주택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동네에 살고 있어 어지러이 엉킨 전깃줄을 보며 항상 흉물이라 여겨왔는데, 눈으로 뒤덮인 전깃줄은 크리스마스나 축제 때나 볼 수 있는 반짝이는 가랜드 같았다. 여기가 바로 눈의 나라구나. 역시 예술, 아름다움, 의미 이런 것들은 불완전함에서 나오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며칠 전 다툰 친구에게 긴 카톡이 와있다. 잠못이루며 썼다는 그 카톡은 문장 자체로 봐서는 일견 항의글 같으나, 들여다보니 죄다 사랑에 대한 글이다. 누군가에게 긴 글을 쓴다는 것,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곱씹었다는 것, 나는 왜 이것을 몰라 늘 문장에만 토를 달았는지.


삶의 의미는 불완전함에서 나온다는 말에 고개가 숙여진다. 지금 처한 내 모든 것들이 완벽하진 않으나, 그 덕에 나만이 채울 수 있는 아름다움, 행복과 같은 상위의 가치들이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어디서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다시 쓰기 시작한 일기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감정이다. 어쩌면 다시 뛰었기 때문일까? 아닌가 주말에 어둠 속에서도 한라산을 꾸역꾸역 올라가서 결국 백록담을 보아서일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까닭 모를 편안함이라니. 이런 감정을 느낄 때 삶에 대한 통제감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 아침 문득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좋은 어제가 있어서일까? 한층 성장한 기분이다.


*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혹시나 도움이 되실까 하여 최근 제가 해보고 좋았던 것들을 소개합니다.

1. 행복에 대한 책 읽기

2. 하루에 해야 할 몇 가지 결심을 잠들기 전에 지킨 것

3. 일기 쓰기

4. 블로그 하기

5. 운동하기

6. 호흡을 인식하기

7. 청소하기(집과 차, 특히 차는 거의 1년 만에 청소를...)

8. 서랍장 구입(여기저기 방치해둔 겨울 니트들과 운동복 등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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