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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타이 Feb 21. 2024

행복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선문답은 재미있네요

그레첸 루빈의 <무조건 행복할 것>을 읽다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 그것 역시 과도한 집착과 욕망이다.
사실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며 살고 있었다.
과도한 행복 집착과 추구로 인해 느끼지 못했을 뿐.



어제 브런치에 적은 문장이다. 


요즘 그레첸 루빈의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한 해를 통해 행복을 위한 실천을 하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깨달은 바를 정리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무서울 정도로 나의 '월별 즐거움 캘린더 프로젝트'와 닮았다. (내 프로젝트는 나밖에 모른다는 게 가장 다르겠지만..) 그녀에게 '행복'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즐거움'이라는 다소 한시적리고 협의의 단어로 쓰였다.


책의 책날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전 세계 350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행복 전문가" 350만 명에 내가 들지 못했다니... 역시 내 답은 내가 찾아야 하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보다 좋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몇 해 전부터 연말마다 그 해의 목표와 결과를 정리해 왔다. 운동, 공부, 커리어, 인간관계 등 목표를 세우고 잘 실천했는지 점검한다. 


그러다 작년 연말엔 뜬금없이 '즐거움' 항목을 점검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점점 '즐거움'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든 거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잊어버린다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싸이월드 시절엔 내가 제일 웃겼던 것 같은데 인스타그램 시대엔 우울한 중년일 뿐이다. 


무엇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가를 파악하려고 그 해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다 정리했다. 얼추 열개정도가 나왔다. 지나는 것을 놓치지 않고, 그때그때 삶을 음미하고, 안에 즐거움을 느끼기 바랐다. 물론 과거즐거움이 올해 반드시 재현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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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그레첸 루빈의 책은 오히려 과도한 행복 추구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부추겼고, 결국은 도입부와 같은 문장을 적기에 이르렀다. 행복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추구도 악덕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녀가 실천하고 이를 끈질기게 기록한 것은 정말 탁월한 관찰이었다고 생각된다. 기분에 좌우되지 않으려면 명확히 기록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는데 자꾸 잊는다. 결심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어쨌거나 포기하지 않고 읽은 덕에 재미있는 챕터를 발견했다.


선문답을 명상하라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나 진술. 깨달음을 위해 이성에 의지하는 것을 피하고자 선불교의 수도승은 선문답을 활용해왔다고 한다.


떠오른 선문답은 영화 달마야 놀자 속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울 수 있는가"이다.


영화 속에서 조폭들이 찾아낸 답은 물에 독을 담그는 것이었다. 주지 스님은 이를 보고 마음속에 밑 빠진 독 같은 그들을 던졌다. 이처럼 훌륭한 선문답이 있을까. 게다가 그 해답을 스님들이 아니라 조폭들이 풀어내다니. 


조폭들을 밑 빠진 독에 비유했기에 오늘 나, 요즘 나의 고민들과 나의 생각들은 무엇이라 불러야 좋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야심한 밤, 사위가 어두워 무엇이 앞에 있는지 몰라 불안할 때 라고 해야 할까?


아직 만들지 못한 질문을 앞에 두었지만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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