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타이 Jun 15. 2024

나오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장어를 먹어야지

어제저녁, 처음으로 집안의 불을 켜지 않고 혼자 잠들었다. 안방 침대에서 잠들 땐 늘 작은방 불을 켜놓고 잤는데 말이다. 어두컴컴하리라 생각했던 집안은 생각보다 밝았다. 가구와 집기들의 형태를 어슴푸레 비춘 것은 열어둔 베란다 창으로 들어온 달빛일까, 아니면 자주 베란다에서 삼겹살을 굽는 이웃 건물의 캠핑용 램프일까.


부러 베란다창을 열고 잔 것도 처음이다. 베란다에서 소리가 난다며 한밤중에 경찰 아저씨들을 부른 적도 있을 만큼 쫄보니까. 가족이 다 함께 살던 때에 동네 고등학교 남학생이 한 달이나 집에 몰래 무단침입했던 과거가 있기도 하지만, 그 일이 아니었대도 아마 나는 혼자 자는 것을 두려워했을 거다.  


오죽하면 일 년 내내 주말마다 캠핑을 다녔을 때조차, 친구들이 함께 해주지 않는 혼자만의 캠핑날엔 낮에 자고 밤엔 반쯤 말똥말똥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을까. 아니, 가족들과 함께 간 날도 나는 밤의 숲이 내는 소리들이 무서웠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무엇일까. 베란다에 숨어 내가 잠들기를 기다리는 강도인가, 텐트를 찢고 들어와 가족들을 몰살한다는 잔인한 살인자일까. 보이지 않고 알 수도 없는 위협 앞에 한 없이 곤두섰던 많은 밤들이 떠오른다.   


어젯밤은 두렵지 않았다. 여름이면 늘 현관문을 열고 사는 옆집 가족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내가 왜 내 집 안팎을 오갈 때마다 저 집 사는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꼬아가며 애를 써야 하는 거지 하고 불평했지만, 밤에 현관을 열고 잘 수 있는 이웃이 바로 옆에 산다는 것은 꽤나 안심이 된다.

  

혼자 잠드는 것이 두렵다고 해서,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익숙한 것은 아니다. 거의 평생을 가족과 함께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타인이 기대면 책임감과 죄책감에 숨이 막히고, 반대로 나의 기대치 조절도 어렵다.  

 

누군가를 만날 때는 숲이 우거지고, 파도소리가 들리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 때때로 그들이 좋아하는 인파가 많은 곳들을 두루 많이 다녔다. 잊지 못할 날들도 많았다. 제주의 어느 에메랄드색 바다에서 수영하다 뭍으로 올라간 네가 날 바라보고 나는 계속 찬물에서 너를 바라보며 수영을 하던 햇빛 쏟아지던 어떤 날이.


수영장에서 수영할 일은 많아도 아무도 없는 제주의 푸른 바다에서 수영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데 수영은 나만 좋아하고, 그는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은 삶이 아니지만, 때때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은 삶 전체에서 짧은 여행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밤이 오지 않았던 여행.


옆집은 문을 닫지 않은 채로 계속 생활하는 걸까. 카페로 나서는데 옆집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뭐 해 먹을 건데?"


도시 여자는 혼자서 그가 좋아하지 않아 함께는 먹을 수 없었던, 가장 좋아하는 장어덮밥을 먹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능날 고백받은 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