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하는 방법

한 달에 책 서너 권 수월하게 읽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by 마타이

별로 노력하지 않고도 한 달이면 서너 권의 책을 읽는다. 요즘 사람들이 도통 책을 읽지 않다 보니 이 정도만 읽어도 다독이란다. 비결이 뭐냐 묻는 이들에게 출퇴근을 해서요 답한다. 사실이다. 출퇴근 시간 외에는 여간해서는 책을 손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궁금해질 거다. 먼 데서 출근하시나요? 회사에서 집까지는 14km다. 막히지 않는 시간에 차로 이동한다면 15분이면 족하다. 이 거리를 지하철을 이용해서, 그것도 약간 돌아서 60분이 되게 만들었다. 독서할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워서다. 어떻게 가든 한 번은 갈아타야 하는데 10분, 13분 짧게 짧게 두 번을 타면 책을 펴자마자 도착해 버려서 도통 책 읽을 시간이 나오지 않았다. 반대 방향의 지하철을 타면 첫 탑승은 아주 짧게, 그다음 연결 편은 좀 길게 5분, 30분 이렇게 조정된다.


한 달 서너 권을 읽기 위해 왕복 120분, 하루 2시간의 독서시간이 필요할까. 절대 아니다. 책보다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5배는 많다. 도처에 얼마나 많은가. 중독되기 쉬운 것들. 터치나 스크롤로 작은 스크린에 우릴 가둔 개발자들도, 자극적인 숏폼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는 이들도 정말 대단하다.


책은 아무리 유익해도 중독되기 어렵다.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책으로 하는 것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은 주말에 청소를 하다가 책꽂이에 꽂힌 책등의 제목을 읽는 일이다. 이것은 필시 독서가 아닐 거다.


릴스와 쇼츠 중독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독이 가능한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다. 하루 두 번 30분씩, 총 60분, 나에게 주어지는 온전한 독서시간. 30분 독서의자에 앉으면 연인의 이야기를 듣듯 책에 집중한다. 출퇴근길에 동료를 마주쳐 이 애틋한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반드시 맨 끝칸으로 향해야 할 거다.


나의 연인은 흔들리고 덜컹이는, 때때로 취객이 날뛰는, 간혹 미친 자가 노래하고 춤추는, 어쩌면 허섭 한 물건을 파는 가운데서 이야기하지만 고요한 가운데 깊이가 있어서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후배와 언짢은 대화를 나눈 후엔 <비폭력대화>를 읽고 다시 마음을 추슬렀고, 내 마음속 지옥에 갇혀 있을 때는 <외면일기>가 외연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도무지 재미가 붙지 않았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같은 책도 있었고, 작가가 잘 생겨서 책날개만 여러 번 들여다본 <투명사회>도 있었다.


독서가 계속되며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가급적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의견을 가진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단 한 권의 책도 쉽지 않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성 없이 읽는 것은 소화하지 않고 먹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았나.


올해는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야겠다 다짐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하루 1시간밖에 못 만나는 연인이 애달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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