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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May 18. 2018

교육복지를 꿈꾸기 전에,
부모에게 필요한 인식 하나

캐나다에서 거주할 당시 그들의 복지 시스템에 놀랐고, 그 시스템이 나름 토착화되어 그들의 일상이 된 것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대학 교수는 월급의 40%를 세금으로 냅니다. 그리고 그 교수 집에 싱크대 고치러 오는 배관공이 다자녀인 경우 저소득층 세금 면제와 함께 자녀 복지비용까지 합하여 실수령액은 교수의 실수령액과 동급입니다. 연봉액이 높을수록 “뜯겨나가는(?)” 금액에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회적으로 못나 보이는 행동으로 비쳤습니다. 세금을 더 내는 이도 혜택을 받는 이도 (문제가 완전히 없지는 않지만) 삶을 즐기며 만족하는 것을 우선을 삼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전 국민의 시민의식과 함께 서서히 성장해온 결과였다는 것을 체감했죠.  


 
만약, 귀하의 자녀가 큰 노력을 들여서 일류대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일류대 교수가 되었는데, 건너 마을 배관공과 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어떻습니까? (종국에는 이 방향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그나마” 지탱해주는 시스템으로 보입니다만.)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이, 대학입시가, 부족하나마 교육복지의 방향으로 전환한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시험을 없애고, 고등학교도 곧 의무교육으로 바뀔 것입니다. 성적표에서 수우미양가를 없애고, 세금 떼어서 나눠주듯이, 모든 대학에서 일부의 자리에 사회적배려전형, 농어촌전형 도입합니다.


 
그러나 <EBS 다큐 - 공부의 배신>에서 확인했던 우리 모두의 인식과 수준은 “복지”에 대한 공통된 논의를 마치지 못한 상태임이 확인됩니다. 모두가 각자의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들어달라 합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더 가진 아이가, 더 배운 아이가, 더 성적이 우수한 아이가, 스스로 나서서 마음의 눈높이를 낮춰야 옳겠지요.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부모부터가 교수가 된 내 아들이 내 딸의 실 월급액이 수리공의 월급과 같아도 상관없다는 암묵적 인식부터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현재의 대한민국, 땅떵어리가 적고 재화가 부족한 경쟁체제에서 여기까지의 사회적, 도덕적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반전도 있지요. 

세금 많이 내야 하는 일류대 교수이건, 정부지원을 받는 배관공이건, 이들을 한 큐에 넘어서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 유산이 많은 계층"이 있다는 점. 공부의 재주가 있건 없건, 그들을 상회하는 재물의 힘을 우리는 뼈아프게 체감 중이니까요. 연봉 1억이라도 하우스푸어, 에듀푸어는 수십억의 재산을 물려받는 개인을 물질적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이슈입니다.


 
절망과 분노. 느끼죠. 저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그래도 함께 공존하는 좀 더 나은 길이라고 여겨진다면, 내 것을 내어주고 아파하지 않아야 하고, 저들이 더 가져도 억울해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환경에서 과연, 현실적으로 얼마의 세월이 있어야 우리 모두의 인식 수준이 비슷하게 합의에 도달할까요. 가능할까요?.....당신은 억울하게 느끼지 않을 자신, 정말... 있습니까?


 
유토피아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눈물만 흘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 그렇구나.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서 행복할 꺼리들과 만족할 꺼리들을 다시금 챙겨보면서, 오늘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에게 줄 간식거리와 독서 거리를 챙겨보는 하루를 가져보려 합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주는 따뜻한 간식 한 그릇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지 알게 하고, 오늘 읽은 책 속에는 또 어떤 다양한 세계가 있나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Nathalie Stutzmann, HAENDEL, Orfeo 55

https://youtu.be/2I9SH6vjI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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