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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Sep 02. 2018

"토론이 금지되면 안 되는데"

- 10세 소년의『동물농장』

10세 소년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간밤에 베개 옆에 읽다 놓은 『동물농장』을 집어 든다. 

“오래간만에 눈뜨자마자 뭘 찾아 읽네. 재미가 있던?” 어미의 질문에 아이는 “그냥 브레멘 음악대 같은 줄 알았는데, 어, 전혀 내용이 달라. 짱 재밌어”라고 답하고는 부동자세가 된다.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4학년 여름방학 동안 게을러져서 아침부터 도티 잠뜰이 영상 보면서 하품하며 “엄마 배고파 밥 줘”를 시전 하던 10세 소년이 풀어헤친 잠옷 포즈를 어미가 몰래 찍는 줄도 모르고 빠져있다.


아들: 아, 이거 안 되는데. 

어미: 음, 뭐가? (흠칫 놀라 얼른 휴대폰을 숨기는 어미)

아들: 나폴레옹이 토론을 금지시켰어. 이러면 안 되는데…..

어미: 왜 안 되는데?

아들: 토론이 금지되면 그건 이제 독재가 되거든.


어미는 더 질문하지 않았다. “독재”라는 뜻을 아는지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제시와 각자의 입장에 날 선 주장을 들어주며 합의를 찾는 “공존의 방식”이 금지된다면 그 귀결은 어떤 풍경이 될지 아이가 곧 읽을 것이다.


“(…) 돼지와 인간 열두 명이 화난 목소리로 맞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목소리가 비슷해서 서로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제 돼지들의 얼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바깥에 있던 동물들은 돼지를 쳐다보다가 인간을, 그리고 인간을 쳐다보다가 돼지를, 그리고 다시 돼지를 쳐다보다가 인간을 그렇게 순차적으로 눈길을 옮겨 가곤 했다. 하지만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도무지 어떤 게 어떤 건지 전혀 구별할 길이 없었다.”(『동물농장』 170p. 생각뿔)


“부조리와 부패는 어느 시대에도, 어느 곳에도 존재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지난날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이 그랬던 것처럼, 또 광화문 광장에 모인 수많은 촛불에서 희망을 보았던 것처럼 국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힘을 모을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며 선택이다.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그 한 사람의 용기와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동물농장』 184p. 작품 해설 중에서)



Disturbed - The Sound Of Silence

https://youtu.be/u9Dg-g7t2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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