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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Nov 05. 2018

'프래디쉬(Freddish)'를 아십니까?

- 어린 타인들과의 대화법

6살 꼬마에게 쉽게 하는 말, “길거리에서 놀면 위험해!”

과연 우리는 이 말을 무려 9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 “네가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 어디가 놀기 안전한지 말씀해 주실 것 같은데, 그 말씀을 듣는 것이 중요하고, ‘잘 듣기’는 네가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거든”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미스터 로저스의 이웃(Mr. Rogers's Neighborhood)>이라는 미국 PBS의 30년 장수 프로그램이 낯선 한국분들이 많겠지만, 70-90년대 사이에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사람이라면 모두의 추억에 한 번 정도 들어와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스크랩해 두었던 아틀란틱(The Atlantic) 지의 기사 내용을 이제야 나누려 한다.


프레드 로저스(Fred Rogers, 1928 - 2003)는 미국 PBS(우리의 EBS 같은) 방송인이자, 음악가, 퍼펫티어(puppeteer), 방송작가, 프로듀서, 국회의원, 그리고 개신교 목사로 어린이들과 이웃을 섬겼다. 그의 일대기를 저술했던 맥스웰 킹(Maxwell King)이 밝힌 그의 이야기는 강한 울림을 준다.

프레드 로저스는 방송 대본에 있는 모든 단어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기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그의 스태프들은 그의 말투를 “프레디쉬(Freddish)"라고 불렀을 정도라고. 그는 어린아이들이 어른들과는 달리 “문자 그대로(literally)” 이해하기 때문에 몇 배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녹화 중에 어린이의 혈압을 측정하는 간호사가 “이제 이걸 부풀게 할 거야(I’m going to blow this up)”라고 말했는데, 그는 “blow up은 폭발하는, 어떤 터지는 것으로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며 귀를 막을 수도 있다”며 이것을 ‘이제 여기에 공기를 넣어볼 거야(I’m going to puff this up with some air)’로 수정했다. 또한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내일 보자(See you tomorrow)를 말을 하는데, 한 주의 마지막 방송일인 금요일에는 그 말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 아이들이 방송하지 않는 토요일에 TV 앞에서 실망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또 녹화 중 인형이 “울지 마(don’t cry)”라고 하자 방송을 중단하고 “아이들에게 울지 말라고 말하면 안 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의 프로그램 방송 작가들이었던 아서 그린왈드(Arthur Greenwald)와 베리 헤드(Barry Head)가 1977년에 만든 “프레디시 매뉴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프레 디쉬의 9단계:


1 미취학 아동들이 이해할 수 있는 최대한 명료한 생각을 제시할 것 – (예) 길거리에서 놀면 위험해. 

(It is dangerous to play in the street.)


2. 위의 1번 내용을 긍정적 태도로 다시 말할 것 – (예) 안전한 곳에서 노는 것이 좋겠어. 

(It is good to play where it is safe.)


3. 미취학 아동들은 아직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모를 수 있으므로 그들이 신뢰하는 보호자를 언급해야 한다 – (예) 부모님에게 어디가 놀기 안전한지 물어봐 

(Ask your parents where it is safe to play.)


4. 명령적, 지시적, 통제적 단어를 수정할 것. 3번의 “물어봐(ask)”를 다른 말로 바꾸기 – (예) 부모님이 어디가 놀기 안전한지 말씀해 주실 거야 

(Your parents will tell you where it is safe to play.)


5. 아이들에게 강제하는 말을 생략하기. “~할 것이다(will)”를 순화하는 것이 좋다. – (예) 부모님이 어디가 놀기 안전한지 말씀해 주실 것 같구나. 

(Your parents can tell you where it is safe to play.)


6.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될 수 없는 요소를 제거하는 말로 다시 바꾸기. 모든 아이들에게 부모가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 (예) 네가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 어디가 놀기 안전한지 말씀해 주실 것 같구나. 

(Your favorite grown-ups can tell you where it is safe to play.)


7. 이 조언을 따라야 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도록 동기부여 단어를 추가할 것 – (예) 네가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 어디가 놀기 안전한지 말씀해 주실 것 같은데, 그 말씀을 들으면 좋단다. 

(Your favorite grown-ups can tell you where it is safe to play. It is good to listen to them.)


8. 이제 다시 첫 번째 단계를 반복. 7번의 “좋다(good)”는 말은 가치판단적이니 수정할 것 – (예) 네가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 어디가 놀기 안전한지 말씀해 주실 것 같은데, 그 말씀을 듣는 것이 너에게 중요하단다. 

(Your favorite grown-ups can tell you where it is safe to play. It is important to try to listen to them.)


9. 마지막으로 전달하려는 내용을 미취학 아동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측면과 관련하여 설명할 것 – (예) 네가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 어디가 놀기 안전한지 말씀해 주실 것 같은데, 그 말씀을 듣는 것이 중요하고, ‘잘 듣기’는 네가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란다. 

(Your favorite grown-ups can tell you where it is safe to play. It is important to try to listen to them, and listening is an important part of growing.)




무려 9단계의 프레디쉬 대화법. 이 지난한 과정 거쳐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은 일상에서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 방송되고 수십만의 어린아이들이 지켜보는 방송이기에 녹화를 중단해가면서까지, “프레디쉬”로 담았던 그의 방송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감동의 추억, 훌륭한 연구 자료로 남아 있다. 실제로 프레디 로저스는 1950년대부터 피츠버그 대학의 최고 아동발달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의 언어 이해력에 대한 연구를 함께 했던 학자이기도 하다.


프레드 로저스는 천식과 비만으로 유약하여 내내 아이들의 왕따에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 어른들이 아이들이 ‘무심코 뱉는’ 말에 그 누구보다 상처를 받았기에 그 자신이 유약한 어린 인간들에게 다가가는 일에 평생을 바쳤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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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공감”,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임을 다시금 배운다. 비단 미취학 아동에게만 적용되는 대화법은 아닐 것이다.


 

참고 기사: https://www.theatlantic.com/family/archive/2018/06/mr-rogers-neighborhood-talking-to-kids/562352/


Mister Rogers' Neighborhood Intro First & Last

https://youtu.be/FP10t_d3F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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