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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Dec 01. 2019

미술 작품 속 최초의 PPL

- 어쩌면 여성이라는 상품 

PPL은 Product Placement Advertisement의 약자로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 기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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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 (Édouard Manet)의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인 ‘폴리스-베르제르의 바(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2년)’는 이러한 PPL을 처음 차용한 회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소 멍한 표정의 여성 바텐데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술병들이 있고, 거기에는 붉은 삼각형이 새겨진 갈색 병들이 놓여 있다. 이 술은 1876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상표를 등록한 바스 브루어리(Bass Brewery)다.

Édouard Manet / 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1-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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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작품 속 PPL은, 이를 테면 영화 <E.T.>의 노골적인 초콜릿 광고와는 다르다. 미술학자 켈리 그로비어 (Kelly Grovier)는 BBC 기고문에서 마네의 작품이 보여주는 형식적 요소들은 소비 사회에 대한 통렬한 고발을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서, 마네는 바스(Bass)의 (삼각형) 로고와 닮아 있는 붉은 꽃을 여인의 가슴에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그로비어는 이러한 세부 묘사가 전체 작품 구성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이 ‘폴리스-베르베제’에서 일하는 여성 바텐더들 대부분이 매춘을 했으며, 오른쪽에 서 있는 남성이 이 여인에게 성적 요구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거울에 반사된 남자의 모습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를 대리하는 것으로, 관람자는 그녀를 예술의 한 부분으로서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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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거장, 벨라스케스가 <시녀들(Las Meninas)>에서 관람자를 거울 앞으로 끌고 들어온 것과 같은 상황이다. 차이가 있다면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종들이 있던 방 안 가득 서로 부딪히며 오고 가는 시선과 시선들 사이에 이제 산업혁명 이후의 시장이 만들어낸 제품과도 시선이 부딪힌다는 점. 그리고 이제 공주도, 시녀도 아닌 어떤 여인이 또 하나의 “상품”으로 재현되어 있다는 점이랄까.

Diego Velázquez, Las Meninas,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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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드는 생각이, 그래 어쩌면 우리가 역사 속 명화라고 기억하는 숱한 여인들의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PPL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각종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 또한 여전히 상당 부분 어떤 상품의 로고와 같지 않았는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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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라고 기록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최초인 적이 없던 것. 눈으로, 돈으로, 힘으로 거래했던 꽃이라는 어떤 여성의 이미지.




참고한 기사 원문

https://www.artsy.net/article/artsy-editorial-famous-manet-painting-early-example-product-plac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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