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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Sep 22. 2017

글짓기 실력,
정말 책만 열심히 읽으면 될까요?

"만만의 콩떡입니다"

 

글짓기 실력, 정말 책만 열심히 읽으면 될까요? 만만의 콩떡입니다.


분명히 이런 아이(어른)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데 글짓기는 왜 이 모양이죠?” 

“왜 문장 쓰기가 이상하죠?”


지금 그 아이(어른)에게 소리 내어 동화책 일부분 읽기를 시켜보십시오.

처음 읽는 지문의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를 잘 구분하고 호흡하고 끊어내어 읽을 줄 아는지, 어떤 단어와 어떤 주부, 술부를 강조해서 읽을 줄 아는지 냉정하게 보십시오.


순수하게 저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아이가 정독을 못했거나, 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정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판별 기준 중에 가장 쉬운 것이 “성독” 즉, 소리 내어 읽혀보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처음 읽는 지문의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를 잘 구분하고 호흡하고 끊어내어 읽을 줄 아는지, 어떤 단어와 어떤 주부, 술부를 강조해서 읽어낼 줄 아는지 여부에 따라, 글짓기 실력, 즉 문장 "표현력"도 상당히 비례합니다.


제가 몇 년을 여러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면서, 정말 똑똑하고 명석한 아이임에도 글짓기가 서툰 아이들, 그 아이들이 문장 읽어내는 것 또한 몇 년을 지켜보았는데, 변함없이 “대충, 맛없게, 희미하게, 흐리게, 웅얼웅얼” 읽습니다. 이 아이들은 띄어 읽기, 문장과 문장 사이의 적절한 호흡, 감정 표현이 거의 없습니다.


자, 그럼 책 별로 안 읽는데도, 독서량이나 학습량에 비해 공부도 썩 잘하고, 무엇보다 글짓기를 잘 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불러 짧은 동화책을 읽어보라 시켜보십시오.


아마도 결과는, “이 아이는 연기해도 되겠어!”하실 겁니다. 따박따박, 속도와 강조점까지 아이 스스로 문장을 읽으며 바로바로 찾아냅니다. 그만큼 “성독을 제대로 할 줄 안다”는 말이죠.


초등 저학년 때 선생님들이 ‘소리 내어 읽기’ 숙제를 귀찮게 내주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눈으로만 좌르르 후딱 세 번 읽는 것보다, 제대로 흥 살려서, 분위기 살려서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게 “표현력” 키우기에는 좋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오늘부터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혹은 본인이) 시 낭독을 매일 한두 편씩 소리 내어 읽어 보시지요. 2~3분이면 됩니다. 그렇게 딱 두 달 하신 후에, 감히 “시”라는 걸 직접 써 보십시오. 놀라운 경험을 하실 겁니다.


또 하나, 자신이 쓴 문장이나 글을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분명 쓸 때는 주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리 내어 문장으로 “말”을 해 보니 뭐가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 내가 왜 이렇게 썼지?”하고 웃게 되지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같은 단답형, 축약형 글쓰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길게 글 쓰는 걸 매우 힘들어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글이란 자꾸 써봐야 늘지요


조금은 제 말을 믿어 주셔도 될 겁니다. 한동안 대학에서 디자인과 학생들의 논술지도를 했는데, 20살 넘은 성인들도 수개월 만에 작문 실력 늘어나는 걸 수 차 봤으니까요.


다독, 물론 이 또한 중요합니다. 언제고 성대 망가질 때까지 목청껏 연기만 할 순 없지요. 그러나 이렇게 읽을 줄 아는 아이하고 모르는 아이하고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거, 그리고 이렇게 읽을 줄 아는 아이는 이제 묵독과 다독으로 넘어가야 “실력”으로 이어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책 읽기만 열심히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 아닙니다. 그러나 책 읽기를 “제대로”하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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