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신경 쓰지 않은 채 가만히 혼자 있는데 그게 무겁게 보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며 참 어른스럽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나는 27년을 살면서 누군에의 눈에 어른스럽게 보인적이 있었을까요. 친구들과 늘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고. 나는 아직 23살 24살에 머물러있는 것 같은데 벌써 27살이 돼버렸다고. 어렸을 때 20대 형 누나들을 보면 완연한 어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오롯이 어린아이의 시선이었나 봅니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어른'이라고 불리기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누군가는 말합니다. 아직 젊다고요. 맞아요. 27살이면 아직 젊은 나이가 아닌지요. 하다못해 30대도 청춘이라고 불리는 시대인데 20대 후반이면 아직 풋내기가 아닌지요. 하지만 하나 얘기할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나이에 비례하게 그 속도가 올라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데 아버지 당신은 어떠셨을까요. 어머니 당신은 얼마나 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걸 느끼셨을까요. 시간을 두려워하게 되는 건 어른이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어렸을 때 느끼지 못한 것들을 차츰 느끼며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모순적이게 20살이 지나서야 눈물이 많아진 저는 평소에 그 갖은 시련 속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지나가는 잔가지에 펑펑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것이 부끄러워 숨곤 하는데 나는 아마 어른이라는 이름 아래 있기 때문에 꿋꿋이 눈물을 머금은지도 모릅니다.
독자님. 과연 우는 것에 타이밍이 있을까요. 웃는 것에 장소와 상황이 있어야 할까요. 표현에 무심해져 가는 게 어른이라면 이대로 성장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나 감성이 풍부해져 가는데 차마 뿜어낼 수가 없는 게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왜 이딴 식이냐며 이런 세상이 웃기다며 깔깔 웃어버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지나가던 회사원인 당신 그리고 누군가의 어머니인 당신 그리고 또 당신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실 테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있는 썩은 감정들을 갑자기 토해내고 싶을지도 몰라요. 제가 정말 부러울지도 몰라요. 알아요. 오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감정을 참아내셨나요. 배려와 좋은 사람이라는 명목 하에 진정하고 싶었던 말이나 표정을 숨기셨잖아요. 아직 부족한 저도 그런 적이 얼마나 많은데요. 물론 욕도 하고 가끔 화도 내지만 그 밖에 것들을 얼마나 이 좁은 가슴에 억눌렀는데요. 그러면서도 또 좋은 말을 하는 것엔 무색했어요. 어른들의 세계에선 때론 진심이 가식으로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렇지 않나요? 예쁜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괜스레 오버하는 것 같아 입을 닫고 결국 아무 말을 못 하거나 뻔한 말밖에 해주지 않았나요. 마음이 넓어졌다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만큼 속이 좁은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나요.
그래요. 어쩌면 살면서 마음이 더 좁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일하고 늘 부족하고 욕심만 커져 내 생애 만족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 조금 더 큰 어른이 되면 마음이 닳아 시련과 고난, 배신, 이별을 머리로만 이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기 당신은 그때 그리 이성적이었나요. 아니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어떨 때. 그 누구보다 여려지는 게 어른의 단면이라면 흙바닥에 주저앉아서 펑펑 울어도 될는지요. 어렸을 때 숨을 껄떡껄떡 넘기며 눈물을 쏟아내던 그 울음을 터트려도 될는지요. 그럼 누가 나를, 옆에 휴지 한 장 없는 당신을 가만히 안아주는지요. 그래요. 곧이곧대로 생각하면 마음은 상처를 받은 만큼 줄어드는 게 아닐까요. 어른이라는 건 아팠던 만큼 좁아진 마음에 모든 감정을 응축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 짙은 감정을 잘 숨기는 게 아닐까요.
마음이 작으니까요. 마음이 작아 잠시 뒤로 숨기고 미소 지으면 그만이니까요. 그런 사람이 당신이에요. 차가운 사람. 이성적인 사람. 하지만 혼자 너무나 잘 우는 사람. 눈물이 100도가 넘은 사람도 당신이에요. 나는 알아요.
어른이 된다는 것
어른이 되어 누군갈 사랑하는 것
어른이 되어 내 사람을 지켜내는 것
어른이 되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제가 되어야 할 어른이라면 저는 여기에 조금 더 머물러있으려 합니다.
아직 바보에 질투심도 많아 성숙한 사랑을 못할뿐더러 아직 나 자신도 지키지 못하며 매번 후회인 일상을 살고 낭비를 일삼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보냈고 이런 바보 같은 제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지금 제 옆에 있습니다. 위엄 있고 늠름하고 뭐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게 어른이라면 저는 분명 어린 남자아이에 불과합니다.
사랑에 투박한 것. 이별을 만나 바닥에 고꾸라지는 것. 알면서도 욕망을 따라가 후회를 하는 것이 지금은 그리 밉지가 않습니다. 거기 멋진 어른인 당신도 전엔 이러지 않았나요. 아니면 어느 낯선 곳에서 엉엉 울고 싶은 건 아닌가요? 먼 훗날 저는 여기에 머물러있던 제 자신을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짓고 싶습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진 사람마다 다르니 아무렴 좋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맡은 마지막 공기를 시원하게 들이키며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