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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n 05. 2019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작가가 되어버렸다.  

첫 번째 이야기


작가



내가 범상치 않다고 느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특출 난 것 또한 없었고 그저 멀쩡한 사지에 평범한 인생을 산 아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20살 때까지만 해도 나는 작가라는 업이 내 인생에 다가올지는 꿈에도 몰랐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바로 이 '보통'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는데 여기 내 오래된 이야기를 풀자면 이러하다. 


현재의 나


학창 시절 춤만 추던 내가 대학에 가고 난 뒤 한 것은 그야말로 마시고 즐기고 뛰어노는 것이었다. 직업이라던가 인생에 대해서 일말의 걱정이 없었을 때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친구들과 여행을 갔으며 학교에 가지 않고 피시방에 가기도 했다. 정말이지, 내 인생에서 가장 철이 없을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데 그때 딱 한 가지 날을 세운 건 남들보단 뒤처지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 어린것이 영악해가지고 나름 여러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다. 예를 들면 군대 같은 것들이 있는데 친구들보다 늦게 간만큼 늦게 전역하니 같이 가거나 일찍 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였다. 그래서 친구들과 동반 입대를 신청했고 애석하게도 홀로 입대에 떨어지는 일을 겪게 된다. 그쯔음 스키장으로 여행도 갔는데 보드를 타다 발목이 부러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그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삼재라는 걸 겪는다고 생각했다. 활기차던 내가 무너진 이유는 이 3가지 사건이 전부였다. 나는 걷지 못했고 일도 하지 못했으며 할머니의 영정사진 또한 들지 못했다. 그리고 목발을 짚으며 입대하는 친구를 배웅했다. 자존심을 무너졌고 슬펐으며 굉장히 많이 우울했던 것 같다. 우스갯소리지만 나 우울증인가?라는 생각도 했으니까. 돈도 벌지 못하고 집에서 밥만 축내는 내가 얼마나 보기 싫은지 자존감은 낮아만 갔고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그때 쓰게 된 게 바로 일기였던 것이다. 


작가가 된 이유


어느 날, 티브이에서 한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지금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마구마구 말하는데 웬걸 나는 걷는 것이라고 말해버렸다.

걷는 게 소원이라니, 그건 그저 내 일상에 당연하고도 당연한 행동이었는데. 

그때 뒤통수를 크게 맞는 기분이 들었는데 (흡사 무당이 신내림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세상 모든 것들이 허물같이 느껴지고 막힌 하수구가 뚫린 것처럼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것들이 천천히 빠지는 것 같았다. 이 당연한 것이 지금 내 소원이라면 나는 걷게 되는 순간부터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싸이월드 비밀 일기장에 제목을 <행복>이라고 쓴다. 그 철없던 녀석이. 그때부터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던 것 같다.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를 말이다. 나는 충효일기 이후 처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작가 된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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