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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n 06. 2019

나 정말 작가가 된 게 맞을까?

두 번째 이야기


작가



20살. 나름의 다사다난을 겪고 일기를 쓰게 된 나는 매일 느낀 점을 싸이월드 비밀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았다. 누구를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니었다. 단지 이 풍부한 감정을 어디다 쏟아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적은 것뿐이다. 그리고 그때 내 유일한 위로가 바로 글쓰기였으니까.

나는 어렸을 때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엄청난 SF광팬이었다.) 

그때 아주 짧게나마 시나리오를 쓰곤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자사전으로 깡패 누아르 소설을 써서 친구들에게 꽤 많은 인기를 얻은 적도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소설을 한번 써볼까?'


이 생각으로 컴퓨터를 하다 발견한 건 [난 죽었다]라는 파일이었다. 읽어보니 내가 죽어 하늘에서 나의 장례식장을 보는 장면이더라. 꽤 흥미로웠다. 나는 이내 마음을 먹었고 그 날 부터 페이지를 이어받아 내 인생 첫 소설을 적게 되었다. 



2012년 출간된 나의 첫 소설책


그렇게 일기와 소설을 번갈아 써가며 우울의 시간을 차츰 이겨내고 있었다. 몇 개월 정도 쓰다 보니 자연스레 글이 쌓이더라. 하지만 보여줄 이 하나 없으니 그저 자기만족으로 그쳤던 것 같다. 그냥 나 이런 글을 쓰고 있구나 같은 느낌. 어느 날 갑자기 친한 친구 놈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단다. 그는 내가 모든 예술 행위를 지지하는 녀석이었는데 나는 큰 마음을 먹고 원고를 A4용지로 뽑아 선물 상자에 넣어 출국 전날 친구에게 전했다.

선물은 내 일기를 담은 [춤과 바람]이라는 에세이와 [난 죽었다]이라는 단편 소설이었다. 


"야 이거 비행기에서 한번 읽어봐라."


부끄러웠지만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뉴욕에 도착한 친구는 내게 재밌게 읽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그때가 글쓰기에서 느낀 나의 첫 소름과 쾌감이었다.

자신감은 얻은 나는 그 상태로 다음 카페 '인소닷'으로 향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아닌 독자들에게 읽힘을 당하고 싶었던 것이다. 난 죽었다를 올렸고 조회수가 77이 뜬 걸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인소닷은 글을 올릴 때 여러 가지 사항을 맞춰야 하는데 그걸 맞추지 않아 글은 며칠 지나지 않아 운영자에 의해 삭제가 된다.

 

다음 카페 인소닷


자, 좋다. 77명이나 읽어주었으니까. 쪽팔리니까 피드백은 됐고. 나는 계속 글을 쓰기로 한다. 생각보다 소설 쓰는 게 재밌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연애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대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감성으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일 한 통이 내게 날아온다. 


마음세상이라는 출판사였다. 그러니까, 인소닷에 글을 올린 작가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낸 것인데 관심이 있다면 원고 투고를 해보라는 메일이었다. 옳다구나! 나는 서둘러 2개의 원고를 준비했고 읽어만 주셔도 감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넣은 채 메일을 전송했다. 그리고 3일 뒤 회신이 왔다.


'신하영 작가님 보내주신 원고는 잘 받았습니다. 저희 마음세상 출판사에서 단편 소설 [난 죽었다]와 에세이 [춤과 바람] 전자책 출판을 제의 드립니다. 계약 여부 알려주신다면 주소지로 계약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메일을 본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순 없었다.

뭔가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었고 어딘가에 합격한 기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며칠 동안 홀로 무한의 상상을 펼치며 홀로 답장을 썼다 지웠다.


-3편에서


1편 링크 : https://brunch.co.kr/@math977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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