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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Oct 17. 2019

퇴사를 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자취방을 나서며


자취방을 나서며



출판사 일에 몰두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사실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거지만 출판 일에 집중도가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업무속도가 매우 느리게 가던 터였다. 어쨌든 10월 말에는 책을 나오게 해야 하기 때문에 부리나케 달려야 한다. (출판사 사무실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일어나는 시간은 더 빨라졌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는 체감은 어마어마하게 다르다는 사실..!)

두 명에서 일하지만 우리도 나름의 바이오리듬이 잡혀야 하니 출퇴근 시간도 정하고 밥도 12시 되면 먹기로 했다. 다른 직장인들과 똑같이 말이다.


출판사를 차리고 여러 가지 마케팅 채널을 키워가고 있지만 책이 나와야 진행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속도가 더딘 것들이 많다. 이번 주 수요일에 마지막 샘플 본을 받고 견적을 받은 뒤 정가를 설정하고 ISBN을 신청한다. 그리고 출판사 차기작 출간 리스트를 정리해 교보문고 및 북센과 계약을 하면 유통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유통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출판사의 첫 책인 만큼 다른 책에 비해 꿀리지 않는 퀄리티를 내고 싶다. 물론 나름의 고집을 내세우며 디자인을 한 것도 있지만 나는 마이너의 감성을 좋아하기에 누군가에게는 분명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퇴사를 한 지 6개월. 시간은 뭐 이리 빨리 가는지 1년 전 오늘이 엊그제 같은데 완벽히 변한 나의 일상이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다. 동료와 출판사를 차려 두 명에서 책을 만들며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문화 프로젝트를 열 카페를 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물론 당당히 국가지원을 받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가끔은 이 서울에서 살아남는 게 지구를 드는 것만큼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사력을 다하기로 하자.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내 모습은 확연히 다르니까. 그렇다면 6개월 뒤인 2020년 4월의 내 모습도 기대해볼 만하다.

바닥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올라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작가와 출판인의 삶


퇴사를 하고 가장 좋은 점은 '내' 일을 한다는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쳐야만 이루어지는 일들을 하다 보면 상상 이상의 책임감과 열정이 일어난다. 줄곧 이것을 원해왔으니 이제 날개를 필 일만 남았다. 하지만 나처럼 웅크린 날개를 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 또한 많은 걸 아니 나태해질 수가 없다.

언젠가 먹고 싶은 소고기를 먹으며 더 시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게 되겠지. 궁상맞은 일상. 조금만 더 버티자. 나름 잘 살고 있는 내가 참 멋지다고 말해야 될진 모르겠지만. 나아가는 게 느껴지는 요즘이  참 좋다.


회사 따위 안 다닌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먹고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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