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며칠 전. 영등포구청에서 인감증명서를 떼는데 앞에 오일장이 크게 열렸더라고요. 자취를 해서 그런지 이것저것을 보는데 왠지 돈을 쓰고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시장에만 가면 눈이 동그랗게 커지던 엄마 생각이 났어요. 맛있는 요리를 해줄 생각에 옆에서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하면 어느덧 제 양손에는 짐이 한가득 쥐어져 있었죠. 집으로 가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때가 있었어요. 도착하자마자 정리를 하고 괴상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티비를 봤어요. 그러다 보면 주방에서 도마 소리와 함께 매콤한 냄새가 났었죠.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기고 상을 번쩍 든 채 거실로 가 폭신폭신한 밥을 떠먹었을 때가 요즘 제일 그리운 것 같아요. 일요일 아침에 온 가족이 함께 숟가락을 들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그때 붕 뜬 머리와 편안한 옷. 갖은 반찬들과 아버지의 잔소리와 함께 티비를 보며 웃었던 순간은 이제 제게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됐어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되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밥을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때 나눈 대화가 몇 개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저는 무심한 아들이었고 핸드폰을 보기 바쁜 아들이었나 봐요. 가족에 대해 궁금한 게 없던 날은 제게 분명 후회입니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더 보고 싶었던 것 같네요.
오일장에 한 번 갔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야들야들 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에 불어 터진 밥알처럼 물렁물렁해져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잠겨버리는 때가 종종 와요. 걱정되는 건 눈물이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한편으론 울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이지경까지 왔으니 모든 후회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덜 후회하는 삶을 살도록 열심히 주변을 돌아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엄마 밥이 먹고 싶어요. 밀가루도 그만 먹고 싶고. 그리고 집에서 설거지도 하고 싶어요. 다녀왔습니다.라고 말도 하고 싶고 근심 없이 침대에서 잠에 빠져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