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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Dec 16. 2019

어느 출판사 대표의 월요일 출근길

작고 강한 출판사



오늘 출근하는 내 품 속에는 두 가지 좋은 소식이 있었다. 하나는 1인 출판사 대표로서 라디오 인터뷰가 들어왔다는 것. 또 하나는 고대하던 작가와 같이 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을 안고 출근을 하는 것만큼 기분이 좋은 날도 없다. 그리고 오늘은 동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오은 작가의 인터뷰집 <출판하는 마음>도 챙긴 터라 마음이 두둑한 상태였다.  


저번 주에는 교보문고에서 주최하는 2019년 출판 결산 세미나를 다녀왔다. 이제는 출판사의 직원이 아닌 모든 걸 다 해내야 하는 사람으로서 정보와 배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어림짐작으로 아는 데이터 들이었지만 실질적인 데이터와 통계를 보니 옅은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에세이 베스트셀러 Top 10에는 작년에 참여한 <오늘은 이만 좀 쉴게>가 있었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는 이 '취함'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원래 퇴사자들은 책에 참여한 사람 리스트에도 빠지나 보다 ^^..) 

거긴 거기고 이제는 정말 '나'의 출판사만 바라봐야 하니까.


잘 있었니?


세미나가 끝나고 동료와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서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 서점 안에서 우리는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를 제일 먼저 찾고 열심히 출판 동향을 살핀다. "이 책은 이렇다더라." "저 책은 재질이 참 괜찮아" "이건 별로다" 하면서.

그때 '작지만 강한 출판사'라고 적혀있는 매대가 보였다. 기억나는 출판사는 작가정신이었는데 소설책을 아주 예쁜 양장본으로 만들어서 냈더라. 나는 그것을 보고 부럽다 보단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작고 강한 출판사일까?




동료에게 좋은 소식을 알리고 1월에 나올 신간에 대한 표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찾던 중 우리 책이 영등포 교보문고 <작지만 강한 출판사> 매대에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몇 분 전 교보문고에 들어가 다시 확인을 해보니 내가 처량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광화문 교보문고 <작고 강한 출판사>에 내 책이 올라가 있는 게 아닌가..! 이 글의 끝을 씁쓸함으로 마무리지으려 했던 나는 지금 잇몸 만개의 미소를 짓고 있다.

세상에, 우리가 작고 강한 출판사라니. 이거 절로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다.


<출판하는 마음>에서 이경란 북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봐도 처음 출판사 차린 사람이 만든 첫 책처럼 보이면 슬픈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드려고 사력을 다했다. 무엇보다 출판사의 첫 책이 중요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서 그만큼 투자도 했다. 매일 판매지수를 보며 일희일비를 겪지만 노력의 산물이 이렇게 반듯하게 나타나면 출판이라는 일에 대한 가치를 거대하게 느낀다.

정말이지, 이게 무슨 일인지...!





울 것 같다...




영화배우들이 상을 받으면 이런 말을 하지 않는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나도 지금 딱 이런 기분이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멋진 출판사의 대표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아무쪼록, 교보문고 관계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겸손한 채로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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