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참 웃는 게 그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봤다. 눈웃음도 보조개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빙그레하고 웃는 게 꼭 일본 여류 소설의 주인공 같았다. 그녀에게는 팔레트 냄새가 났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살구색 니트에선 어릴 적 다니던 미술학원 냄새가 났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언젠가 꽃을 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분홍색 백일홍을 꽤 잘 그렸는데 그 꽃을 검색해보니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는 의미를 담고 있더라. 왜 하필 백일홍일까. 그때부터 마음이 무거웠건만 이튿날 작은 액자에 담긴 그림을 선물 받았을 땐 몽상을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커피를 마셨다.
그녀는 초록색과 연두색 사이의 느낌이다.
그녀는 하얀색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여자다.
난 영화에 나오는 저 배우보다 SNS에 저 여자보다 그녀가 훨씬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건 너무 진지해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느 날, 함께 우동을 먹고 눈싸움을 했으며 하나의 예술에 관하여 뜨겁게 토론을 하고 한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다를 거닐었다. 밤 11시에 내게 전화를 걸어 집 앞으로 나오라고 말해주어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
저 멀리 주홍빛 전봇대 밑에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짓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내 저 웃음을 평생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는 첫사랑보다 뛰어난, 그리고 첫눈에 반하는 것보다 더 강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에겐 지금 그녀가 있다.
책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