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차
“아무래도 우린 사랑하기 힘들겠지?”
캔을 내려놓으며 그가 말했다. 그녀는 차마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해 고개를 조금 숙였을 뿐이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날이 풀렸고 둘은 같은 날에 월차를 써 이렇게 한적한 공원에 앉아있다.
그러니까 일 년 하고도 칠 개월이었다. 19개월. 여름에 만나 겨울에 헤어지는 그런 상황. 여자는 내내 옅은 한숨만 쉬고 남자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사랑을 지속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지을 수 없었나 보다. 남자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는 건 미안함보다는 다시 그를 사랑하게 될까 봐서였다. 남자는 헤어지기 싫었지만 이런 그녀의 행동에 밑 빠진 독을 느껴버렸다. 사랑하면 다시 아플 게 뻔하지만 그렇다고 헤어지긴 싫으니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작은 여지는 누군가에게 필히 거대한 파도니 아무래도 젖어도 좋다는 식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여지에 흠뻑 젖고 누구 하나 그걸 말려주지 않으니 마음에 살얼음이 끼고 속이 더 휑했을 거다. 그걸 너무나 잘 알아서 남자는 말했다.
우리, 더는 사랑하기 힘들겠지?라고.
잠깐 사이에 날은 더 어두워졌다. 따뜻했던 커피는 그들의 관계처럼 싸늘하게 식어갔고 말을 잇지 못함에 입은 계속 말라갔다.
“조심해서 들어가.”
“응.”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이별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었던 것이리라.
가끔은 사랑을 해도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좋으면서도 외로운. 그런 알싸한 만남에 아마 정해진 답은 없을 것이다. 사랑은 두려움과 기대감의 연속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되겠지. 관계에 대한 불확실함과 사랑에 대한 용기는 극과 극이며 이별이 좋아하는 최상의 조건이다. 그런 진득한 시간 속에서 먼저 마음이 녹아내린 사람의 자리에 앉아 후회하고 거기서 우린 다른 또 누군갈 바라보며 마음에 씨앗을 뿌린다.
또 다른 사랑을 위해.
우린 아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120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