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당신의 마음을 무시하는 걸까요

by 신하영


A11.jpg 사랑의 요건


이러나저러나 당신이 아니라도 나는 다시 사랑할 텐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고 이리 잘해주고 신경 써주는 걸 무시할까요. 이리 와 보세요. 이리 좀. 나는 때때로 콧방귀를 뀌며 사랑은 무슨!이라며 소리를 쳤어요. 사실상 내겐 필요한 건 돈이고 일이고 그에 맞는 휴식이었거든요. 그렇다고 마음마저 닫고 있을까요. 그건 정말이지 쓸데없는 짓 아닌가요. 그때 당신한테 연락이 왔다고요.

근데 알잖아요 나 이래저래 멈칫 잘하는 거. 이게사랑받는 건 좋은데 그만큼 상대방을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꽤 걸려요. 특히나 나는 잡지사 편집장처럼 까다로워서 좋아도 더 좋은 걸 찾는다고요. 근데 자꾸 내 일상에 나타나면 어떡해요. 내가 비싼 스테이크보다 구수한 된장찌개를 더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것보다 정류장에서 바이바이 하는 걸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맞아요. 멋진 외모와 좋은 옷, 좋은 직장을 가진 사람은 어차피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거예요.

그러니까 괜한 자존심 부리지 않을게요. 솔직히 말하면 그때 약속 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하고 미안하다고 하실 때 이마에 땀이 맺혀있는 걸 보고 사랑에 빠졌어요.



정말 내가 미쳤지.



책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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