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마 그렇게 시작됐나 봐요.

프리지아

by 신하영


프리지아5.jpg


책을 좋아하느냐는 말에 아니라고 대답을 해서 당황했어요. 그랬었죠.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 땀을 삐질 흘리며 좋아하는 채소를 물어봤어요. 근데 언제 내 이상형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가요. 조금 늦게 알았지만 나도 그녀가 좋아하는 꽃에는 관심도 없었던 걸요. 그저 꽃을 좋아하는구나, 꽃꽂이가 취미구나 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우리는 급하지 않았어요.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을 보내며 조금 잦은 안부를 묻고 밥을 먹고 산책을 했을뿐이에요. 이대로 사랑에 빠지거나 뒤틀리면 시시콜콜한 안녕을 할 테죠. 어느 날은 벤치에 앉아있다가 당신이 내게 휴대전화를 내밀었어요. 이 글이 참 좋았다고. 그다음 이것도, 이것도. 아! 그리고 예전에 썼던 그 짧은 소설도 봤다고. 그때 엄청 놀랐는데 자주 봤던 당신이 내 글을 읽어줘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며칠 뒤,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 꽃집에 들렀어요. 어렴풋이 프리지아를 좋아한다는 말이 생각났거든요.


“프리지아 주세요.”


나는 꽃말도 모른 채 프리지아를 달라고 말했어요. 아무렴 당신이 좋아하는 꽃인데요 뭐. 꽃다발을 만드는 아주머니를 보는데 참 아리따워 보이더라고요. 당신 모습도 얼핏 보이는 게 꽃을 만질 때 행복해하는 얼굴이 눈에 겹쳤어요. 그리고 그 꽃을 받고선 꽃보다 백곱절은 더 환하게 웃는 당신이 우주만큼이나 예뻐 보였답니다.


프리지아4.jpg


서로가 좋아하는 거요. 그것은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 이해가 되나 봅니다. 꽃을 좋아하는 당신 덕분에 꽃집으로 가는 내 발걸음은 가벼웠어요. 그리고 꽃이란 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죠. 당신도 내가 쓰는 글을 기다리다 집으로 가는 길에 휴대전화를 보며 미소 지었겠죠? 사랑은 아마 그렇게 시작됐나 봐요. 나는 이제 꽃이 좋거든요. 그리고 프리지아의 꽃말은 청초함이래요. 당신처럼요.



<책 구매링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화라는 건 사실 별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