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물들어있는 내가 싫어질 때
나는 순수하고 소소한 욕심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매니아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만화에 빠졌거나, 아이돌 또는 운동, 직업. 그러니까 돈과 이성 그리고 자신의 겉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제대로 즐길 줄도 알아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삶의 낙을 느낀다. 괴리만 오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은 나이를 먹고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집 있게 즐기곤 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게 물질적으로나 외관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나는 모질게도 변해버렸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자라나서일까. 남들보다 잘 돼야 한다는 건 기본이고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를 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것뿐인가. 욕심은 바다보다 크며 일상이 조금만 뒤틀어져도 예민해지고 얼굴이 붉어진다. 트렌드와 패션, 센스, 시샘, 태연, 눈치와 같은 것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익혀진 생활의 습성이고 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본능적으로 배운 기술이었다. 이것이 배타적으로 변할 때 나는 나 자신을 추악하다고 생각했다. 비교하고 분석하고 나면 항상 손해 받는다고 생각했던 나였으니까. 그렇다고 맑은 모든 사람들이 이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사사로운 욕심 없이 오롯이 현실만을 살아가는 그들이 나는 부러웠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내 착각이겠지. 그저 그들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거니까. 욕심을 부리는 게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어느 날은 이상하리만치 내가 불쌍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나도 맑았을 때가 있었는데. 하면서 말이다.
줄곧 스파크를 튀기며 살아왔기에 순수했던 시절은 기억너머로 사라진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도 하나만을 바라보며 자기 전에도, 눈을 떠서도 그것만 생각하고 행복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사람은 한번 더럽혀지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모든 걸 놓아야만 그 자격이 생기는 걸까.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생각했다. 순수함을 되찾고 싶다고.
사실, 이렇게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부터 조금은 맑아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금방이고 사리사욕에 지배를 당하긴 하지만 우린 끊임없이 내적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언젠가는 순수한 내가 이길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