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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pr 01. 2021

미안한 마음이 들면 사랑이다

이상한 사랑 방식에 대하여





하루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사랑이라 여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들고 죄스러운 것. 이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좋은 연애를 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미안함이 있는지 살폈다. 위태롭기도 하지.


그렇다면 안정된 사랑은 무엇일까. 시간이라는 파도에 유유히 몸을 맡기는 것일까 아니면 좁은 울타리 안에서 팔다리를 베베 꼬은 채로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사랑은 적당한 자유와 속박이 필요한 법인데 우린 이것을 완벽히 행할 수 있을까. 친구의 이별 소식을 들은 그는 난간에 턱을 괸 채 담배를 태우며 물었다. 애인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그러니 못난 얼굴로 죄다 미안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하루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게 바로 사랑이지,라고 생각하며.






그러고 보면 모두 이별을 경험하고 나서 사랑의 무게를 실감하더랬다. 그도 마찬가지로, 이별로 인간을 잃으며 미안하다는 말만 내내 뱉어냈던 경험은 사랑을 정의하는 것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마음은 절대로 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빈틈이 생기는 것이고 쓸쓸함에 점철된 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허나 사랑은 본디 뜨거운 마음을 녹여버리고 서로에게 맞게 굳혀가는 것이 아니던가. 거기서 무릎을 탁 친 하루는 마음이 큰 사람이 죄스러운 마음을 갖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의 사랑은 미안함으로 완성됐다. 물론, 그가 말하는 이 정의가 정답이 아닐지 몰라도 누군갈 사랑하고, 사랑했던 당신은 늘 측은하고 슬프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더 주지 못함이 애석해서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그래,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루 그가 자신 있게 소리친다. 정말이지 고집불통인 사람. 하지만 가끔은 이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고 싶을 때도 있다. 나도 당신에게 미안한 것이 참 많았으니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죄일까. 

이별의 아픔은 쾌락의 형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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