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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Mar 17. 2021

헤어진 연인이 꿈에 나왔다

그동안 정말 잘 지낸 거 맞나요




출처 : 영화 <봄날은 간다>



오랜만에 집에 왔을 때, 또는 낯선 곳에 왔을 때 아니면 간만에 마음이 편할 때 나는 꿈을 꿨었다. 

아,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저 멀리 보이는 그대에게 나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고 그저 보이는 표정으로만 행복을 가늠할 수 있었다. 사실은 그때 왜 날 떠났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일은 내가 잘못했다고,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랬으면 안 됐다고. 나 많이 아팠다고, 보고 싶었고 그 약속도 정말 지키고 싶었다고. 요즘도 그 음악 듣냐고 나는 그동안 많이 변했는데, 그래서 이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른 사랑은 하지 않았고 가끔은 내 생각나지 않았냐고, 잊으려고 발버둥 쳐봤고 힘들 땐 괜히 당신을 떠올려 혼자 미워하고 일부러 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상상도 했다고, 혹시 아픈 일은 없었고 상처 준 사람은 없고 그동안 정말 잘 지낸 거 맞냐고 묻고 싶었다. 

그 웅얼진 감정을 고이 간직한 채 다른 사람 옆에서 웃고 있는 당신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당신은 정말이지, 평온해 보였으니 말이다. 


넘치는 눈물에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나는 작은 숨을 내뱉고 꿈의 여운을 끌어안은 채 아주 잠시 당신을 사랑했다. 사랑하는 당신. 내가 사랑했던 당신.


날씨가 좋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집에서 나오는 길에 나는 짧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당신을 바라봤던 이 새벽은 내가 정말 오래 기다렸던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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