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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pr 06. 2021

어느 작은 출판사 대표의 일기장

변화하는 출판계에서 살아남는 법


#출간일지



'책을 상품으로 볼 것인가 예술과 문화로 볼 것인가'라는 맹점은 출판 기획자라면 누구나 고민을 해봤을 주제입니다. 대중성에 치우치면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결여되고 예술성에 치우치다 보면 특정 독자에게만 매력이 있고 상업적인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시대가 변하면서 출판시장도 많이 변했다는 걸 출판계에 종사하는 선배들의 책 너머로 느끼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변화할 출판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절로 발이 동동 굴러지곤 하는데 할 수 있는 것을 차근히 해내려고 만전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책에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출판사 또한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유 출판사나 1984 books 같은 출판사는 책만 보면 어떤 출판사인지 알 수 있는 개성을 가지고 있죠. 특정 독자층이 점점 쌓여 튼튼한 벽을 만들면 출판사에서 어떤 책이 나오든 독자들은 믿고 책을 구매할 수 있을 텝니다. 이런 사이클이 너무나 부러운 저는 딥앤와이드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고 많은 고군분투를 겪고 있습니다. 

맨 처음, 예술성만 쫒다 창고에 책이 쌓이는 경험을 한 저희는 나름의 타협을 통해 다양한 작가들과 여러 에세이와 인문서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깊고 넓은 책을 만드는 이념은 단단하기에 작가의 개성은 무조건으로 존중하되 많은 소통을 걸치며 대중성을 넓히고 있는 것이죠. 다만, 한 가지 고집을 피우고 있다면 바로 '표지'인데 절대로 예쁘지 않으면 내지 않는다는 강단으로 (출판 시장에서 트렌디한 출판사로 눈도장을 남기자는 마인드로!) 출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고집은 작가님들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촌스러운 것보다는 예쁜 게 최고니까요. 출판 트렌드가 표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표지만으로도 책은 상품의 가치를 뽐낼 수 있기에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부터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실제로 작가님과 계약을 할 때 "딥앤와이드의 책들이 너무 예뻐서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하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몸이 베베 꼬이는지 모릅니다. 




ㅎㅎㅎ아휴 작가님 아니에여,, 그냥 만들 건데요 뭘,,ㅎㅎㅎㅎ//




이런 경험을 보면 분명 이미지가 구축이 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최근에는 김제인 작가의 <슬픔이 질병이라면 나는 이미 죽었을 텐데>가 출간되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yes24에 힘을 실어봤는데 실제로 효과가 좋아서 에세이 부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안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눌어붙으면 좋겠지만..) 다방면으로 홍보를 할 채널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형 출판사처럼 맹격을 할 수 없으니 난감하기도 하고 슬플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활동하고 작가이고 제목과 표지가 독특한 책인 만큼 다른 승부수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예약판매 키링 이벤트를 준비했고 추가로 자체 제작 텀블러를 준비했으며 이제는 소주잔도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판촉물 회사가 아닌가 싶지만 그만큼 굿즈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출판시장이기 때문에 이왕 이렇게 된 거 세상에서 제일 예쁜 굿즈로 승부를 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적은 글에도 나와있지만 굿즈를 만들고 서점에 입점시키기까지에는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랄까요.. 서툴렀던 전 이제는 능숙하게 opp봉투에 굿즈를 포장하고 미리 주문한 스티커를 붙이고 스케줄에 맞춰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몸고생 마음고생하기 싫은 욕심이 저를 조금 발전시킨 것이죠. 

이처럼 단순히 책이 아닌 조금 특별한 책으로 변모를 하며 독자들에게 딥앤와이드를 알리고 있습니다. 여러 활동이 쌓이게 되면 언젠간 저희도 유유 출판사처럼 아이덴티티가 강한 출판사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출판사 대표의 하루는 고되면서도 참 뿌듯합니다. 





<슬픔이 질병이라면 나는 이미 죽었을 텐데> 굿즈



아, 그리고 저희 책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여러분,,ㅎㅎ

언젠가 이 글이 성지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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