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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pr 14. 2021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을 읽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점과 독서율 그리고 출판계





예전에, 나 어렸을 때 서점이라는 곳은 동네 곳곳에 위치한 보편적인 가게일 뿐이었다. 학원이 즐비한 곳에는 건물 한 층 크기의 한양 서점이 있었는데 어린 나에게 그곳은 아주 큰 놀이터였다. 나는 항상 만화 코너에 가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나 <무서운 게 딱 좋아 시리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자기 계발이나 인문서적은 꾸준히 출간되고 있었던 것 같다. 


밀레니엄 세대에 태어난 사람은 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겠지만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서점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대형서점 출범과 동시에 독서율의 하락으로 동네서점들이 도산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그 많던 서점은 이제 400개~500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어찌 출판계에서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 독서율은 해마다 저점을 찍고 있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된다. 동네서점에서 1권씩만 발주한다고 쳐도 초판에서 400권도 채 나가지 않는 현실. 예전에 영업사원들이 열심히 발을 굴리면 어느 정도 책이 나갔다는데 코로나 시대에 영업도 제한되고 베스트셀러만 입고하는 현실에 많은 신간 책들이 도태되고 사라지고 있다. 사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의 솔직한 마음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되니 일단 사기만 하라는 것이다.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



희대의 명언




책은 단순히 읽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소유하고 있음에 의미를 부여해도 된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읽어보고 싶어 산 책 중에 시간이 나면 골라서 읽는 것이다. 나도 한 달에 2권의 책은 구매를 하는 편인데 산 책을 그 달에 완독을 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ㅎㅎ..) 변명을 하자면 매일매일 작가의 원고를 봐야 하니 에세이류 같은 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달까? 

다만, 마케팅이나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은 필요할 때마다 골라서 꾸준히 정독을 하고 있다. 


가끔은 유럽이나 일본의 독서문화와 출판시장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다양한 지식을 인터넷이 아닌 책에서 얻고 창작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우리나라도 마법처럼 독서율이 상승해 날개를 펼쳐졌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베스트셀러는 될 수 있어도 스테디셀러는 될 수 없는 요즘. 나를 포함한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사는지. 가만 생각해보니 이런 고민을 나눌 사람이 내겐 필요한 것 같다. 커뮤니티를 열심히 활용하도록 하자. 공부하고 바지런히 바지런히. 그리고 읽다만 책도 다 읽어내 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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