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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Sep 23. 2021

그 사람도 간간이 슬프다

상대의 슬픔을 이해하는 미덕


도시의 밤




"나도 간간이 슬퍼"



그가 이런 말을 할지 누가 알았겠나. 밝은 사람은 전구처럼 항상 빛나야 하니 스스로 불을 끌 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책임질 것이 많아지면 애잔한 사명감은 소리 없이 우릴 휘감싼다. 그는 정말 절망하고 슬퍼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슬퍼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울상을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슬펐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잠깐 숨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착한 당신도 나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우린 나의 감정이 우선이다. 내가 슬프고 아프면 전부 당신 탓이니까. 허나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도 좌절을 느끼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표현하지 않았던 그의 탓도 있겠지만 이 사람은 항상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그 마음이 너무나 이질적이고 못나게 보여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입을 가려버렸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너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처럼 우린 모든 감정을 표출하며 살 수 없다. 그것 또한 이기적이고 횡포이니 도려 포기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사람에게만큼은 기댈 수 있고 물을 수 있으며 암묵적으로 슬픔을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안부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가까운 내 사람에게 먼저 여쭈어야 한다. 슬픔과 우울은 일상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있으니 타이밍이 맞다면 당신은 상대에게 무지막지한 안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밝았던 그이도 어느 날은 누구보다 슬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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