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미드 나잇 인 파리

by 신하영



























미드 나잇 인 파리











당신을 전적으로 존중할게요. 물론이죠. 아무리 파리가 우릴 이끌어도 범접할 수 없는 게 있잖아요.



사실은 오늘 이네즈와 그녀의 부모님 앞에서 이곳에 남는다하고 가방을 들고 나왔어요.

말도 안되는 짓을 해버렸죠.

근데 이거 보세요. 점점 불어나는 센느강에 주황색 전봇대 불빛 그리고 비까지 오잖아요.

당신도 공감하는 표정인데 분명 저랑 맞는 부분이 있을 거에요.



물에 젖은 게 예뻐요. 전 아마 주인없는 강아지 꼴이겠지만.



이네즈는 정말 착한 여자였어요.

항상 배려해주고 들어주고 제 투정까지 받아주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절 다른 사람과 마구 비교를 했어요. 피해 망상일지도 몰라도 전 교감이 필요했죠.

그것도 아주 현실적으로요. 물론 이기적인 거겠죠. 근데 우린 서로 각자가 추구하는 게 정말 달랐어요.



파리에 오고나서 몇년 동안 잠잠했던 영감도 살아나고 기적같은 일도 벌어졌어요.

사실 당신과 대화 했을때 아주 오묘한 기분이 들었죠. 그리고 파리는 비가 올때 제일 예쁘다는 말.

그거 제가 이네즈에게 자주했던 말이거든요. 난 걷는 걸 좋아해요. 비를 맞는다면 더더욱이요.

파리로 이사를 오면 꼭 같이 밥을 먹어요. 살바도르가 아주 좋아했던 가게가 있어요.

아, 그땐 못 산 LP도 사고 추천도 해주세요.

알려주신다면 지금이라도 좋아요. 시간이 되시면 커피나 맥주도 좋고 음. 그냥 이대로 걸어도 되고요. 비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잖아요. 시원하네요. 좋아요.



후회가 들진 않냐고요? 아뇨 아뇨 절대 후회하진 않아요.

어차피 전 경험할 수 없는것들을 벌써 경험해버렸으니깐요.

그녀도 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야해요. 거기에서 나온 이상 오히려 속이 후련했을지도 모르죠 가브리엘. 이름이 천사같군요. 뭐, 천사의 이름이긴 하지만.

가만보자, 아직 열 시네요. 여기서 만난 아드리아나가 말했는데 파리는 열두 시부터 파티가 시작된다고 했어요. 제가 아는 곳이 있는데 정말 근사해요. 믿지 않으시겠지만 헤밍웨이나 피카소를 만날 수도 있어요.

어때요? 가브리엘. 비를 맞았지만 꽤나 즐거울 거에요. 맛있는 위스키가 우릴 기다리고 있죠.

















p.s

미드 나잇 인 파리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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