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Jan 18. 2022

샌드위치 가게 남자를 좋아합니다.

더 많은 양상추




#사랑의시작

출처 : 영화 <뷰티 인사이드>中




오늘 샌드위치에 양상추가 더 많이 들어간 건 두 번째 입때 알게 되었다. 어머 그 사람 센스 있네.

나는 웃음을 머금고 빵을 한참 씹은 뒤 홀로 쿡쿡 웃었다.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아니요. 그냥 웃긴 생각이 나서.”


“난 또 연애하나 했네. 천천히 먹고 와요. 나는 정대리랑 커피 사고 들어갈게.”


“네! 조금 있다 뵐게요.”


오물오물. 나는 남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혹시나 그 사람이 쪽지를 넣지 않았을까 하고 봉지 안을 살펴보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 그러다가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하며 서둘러 사무실로 향한다. 정말 웃기지도 않아.


그렇지만 매일 샌드위치를 사서 회사에 출근하는 내가 느끼는 입안 속 양상추의 향은 어느 때보다 진했다. 그래, 내가 무슨 바보도 아니고. 항상 주문을 할 때 양상추를 많이 넣어달란 말만 했을 뿐인데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보고 챙겨준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왠지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세상에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지. 단골에게 당연히 해줄 수 있는 서비스에 이렇게 설레어하다니. 좀 전에 샌드위치 봉투를 유심히 살폈던 내가 너무 귀여워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양치를 하니 자연스레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분명 애인이 없어 보였는데 말이야. 나는 짝사랑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샌드위치를 통해 작은 이벤트를 열려고 한다. 이름하여 매일매일 양상추 양 가늠하기! 정말 멍청이 같지만 어쩌면 그 사람과 사랑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시계를 보니 업무시간이었다. 의자에 앉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만하고 일하자. 아침부터 요란은. 그러고는 거울을 보는데 아직 이에 빠지지 않은 양상추 조각이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정말이지, 참으려고 했지만 웃음이 터져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내일도 샌드위치를 먹을 수밖에 없잖아. 이벤트는 강행이다. 오늘은 팩을 하고 자는 거야.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 More Lettuce







매거진의 이전글 합정역에서 꽃을 선물한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