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Feb 08. 2022

당신도 이제 나를 용서해주세요.

지지부진한 인간관계에 대하여






상처를 주는 일보다 내가 상처받는 게 더 나은 것 같아 결정을 미룬 적도 있었고 희생을 하면서도 알아주지 않으면 괜히 속상해 한껏 이기적이고 싶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결국,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죠. 이렇게 상처를 주는 일도 받는 일도 제대로 하질 못하니 모든 관계에서 그리 썩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력을 다한 관계에도 늘 후회가 덕지덕지 묻어있었고 죄책감도 늘 꼬리표처럼 있었으니 맞은 편에 앉은 친구에게 "내가 잘못한 건 없어. 최선을 다했는 걸."라고 말하는 전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어리광을 부린 게 아니었나 싶네요. 이제 약한 소리는 그만.


사람이 죽기 전에는 생에 겪었던 악을 모두 용서할 수 있대요. 앞으로 겪게 될 상처와 내가 택할 이기심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하기에 언제나 매서운 날에 찔릴 수 있고 찌를 수 있다는 걸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모든 것에 초연해져 상처에 의연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겠죠. 울고불고 소리도 쳐야 사람 아닌가요.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그간 겪었던 모든 상처는 제가 열렬히 사랑했다는 증거로 삼으렵니다.



삶은 고통과 행복의 반복. 그 안에서 무너지지 않고 오르락내리락 리듬만 잘 탄다면 제법 멋진 사람이 되어 지혜로운 사랑을 하고 불필요한 상처를 내지 않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상처는 오늘날의 나를 만들어준 조각이므로 나는 당신을 이제 용서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이제 나를 용서해주세요.


누군가를 헤치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그렇게 그렇게 우리 살아갑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샌드위치 가게 남자를 좋아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