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Feb 14. 2022

여유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유는 곧 나의 행복


여유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상이든 외상이든 무언가에 상처를 받았을 때 크게 진위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럴 수 있겠다며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면 마음이 조금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의 나는 '충분히 이해해'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쓴다. 상대의 고의적인 악의 정도는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입장이 있고 감정이 있고 선택이 있다. 일방통행만큼 답답한 게 어디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내가 믿고 있는 모든 것을 정답으로 치부하지 않기로 했다. 막힌 곳이 없으면 통풍이 잘되고 한 뼘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사를 마치고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는 길. 엄마는 짐을 한가득 풀어야 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하고 싶을 때 풀어"

"에, 정말?" 


시간만큼 큰 재산은 없다고.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많은 것이 시간이니 그것을 더 유용하고 행복하게 쓰라는 말이었다. 물론, 빠른 정리가 마음이 편해 짐을 바로 풀었지만 엄마가 해준 말이 바닥을 닦으면서도 계속 귀에 맴돌았다.


'그래, 짐 좀 늦게 풀 수도 있지.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까.'

이렇듯 나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일사천리로 빠른 성공과 행복을 쟁취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로또처럼 낮은 확률의 싸움이 아닌가. 빛나는 별에 도달하지 못해 절망을 겪는 것보단 전봇대의 낭만에 취하는 게 내게 곧잘 어울린다. 낮고 은은한 것. 그리고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 내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사람은 언제나 늘, 한 뼘의 여유가 보였었다. 


여유는 나를 보살피는 일. 요동치는 감정을 잠재우는 일. 한 술 뜬 밥숟갈을 더 맛있게 음미하는 일. 노래 가사에 그제야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일. 쌓인 먼지를 닦는 일.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마음 편히 사랑할 수 있는 일. 이러니 마음을 편하게 먹고사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도 이제 나를 용서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