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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May 02. 2022

작은 출판사 대표가 가진 베스트셀러의 야망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2-04-22 

출판계의 미래에 대한 생각


시장 조사를 하다 보면 가끔 눈에 띄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의 특징은 특이한 표지나 참신한 기획을 바탕으로 제작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Yes24 에세이 베스트셀러 1위에 자리하고 있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있다. 보통 에세이 베스트셀러는 SNS에서 핫한 작가나 국내 유명 저자가 차지한 경우가 많은데 번역된 외서가 이토록 1위를 오래 유지한 건 내 경험상 처음이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이 1위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걸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연 과학을 다루고 있어 과학 에세이로 분류되고 있다. 저자는 기존 에세이와 다르게 소설과 에세이를 넘나들며 자신의 고찰을 글로 남겼는데 이런 과정에서 책을 읽는 독자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 책을 극찬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게 바로 '몰입감'이니 책을 덮었을 때 오는 짜릿함은 자연스레 리뷰를 남기는 창구로 향하게 한다. 


이 책을 출판한 곰출판은 소형 출판사다. 자료를 찾아보니 심경보 대표님은 이 책을 출간하고 별 다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껏해야 다른 책 보다 조금 더 SNS에 책을 많이 소개하고 서평을 조금 더 진행한 것뿐.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가 1위를 자리하게 된 것은 온전히 입소문 때문인 것이다. 좋은 책은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을 한다. 좋은 리뷰가 자주 보이는 책은 나도 모르게 사게 된다. '그 책이 어떻길래?' 하며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꽉 찬 후기와 입소문은 다른 마케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시너지를 만든다. 그래서 한 번 입소문이 난 책은 도통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독자들이 알아서 마케팅을 해주는 것이다.  


나는 종종 좋은 책에 대해 생각한다. 잘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일까? 아니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책처럼 심금을 울리는 책이 좋은 책일까? 사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했을 때 마케팅이 부족해 처참히 묻히는 걸보곤 잘 팔리는 책을 만드리라 다짐을 하며 작업을 했던 나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의 결실을 맺은 책을 보면 나는 작품성이 좋은 책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스테디셀러를 살펴보면 입소문으로 성공한 책이 대부분이다. 독자는 좋은 책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가슴 한 구석에 메시지를 남기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딥앤와이드도 좋은 책으로 알려지는 순간이 오길 기대한다. 


(*시장 조사는 출판인에게는 필수 요건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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