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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n 07. 2022

어느 작은 출판사 대표의 출판일지


2022년 6월 7일 출판 업무일지  





한국에서 출판사를 차릴 때 필요한 건 내 집과 노트북 하나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주민등록증 상의 주소로 출판사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1인 출판사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이라고 해봤자 면허세 27,000원이 전부거든요. 하지만 매년 꾸준히 책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상태입니다. KPIPA (한국출판 콘텐츠센터)에서는 출판 동향 자료를 1년에 2번 배포하는데 이때 '발행 실적'에 따라 표를 나누기도 합니다. 보통 왕성하게 출판 활동을 하고 있는 출판사는 반년에 6종에서 10종의 책을 출간하는 편인데 자료에 따르면 21년도 하반기에 11~30종을 발행한 출판사는 전체에서 8.0%. 31종 이상을 발행한 출판사는 3.5% 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6~10종 출판사가 11.2%인 점을 감안하면 '5종 이하'로 책을 출간한 출판사는 77% 정도 되네요. 77%라는 수치는 1인 출판사의 비율이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이름만 남기고 사라진 출판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딥앤와이드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요? 저희 출판사 또한 77% 안에 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매달 출간을 진행하지 않아서 21년도 하반기에는 4권 정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내고 싶지만 출판사의 역량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딥앤와이드는 저와 동료 2명까지 총 3명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1년에 12권을 작업할 만큼 폭넓은 작가진과 마케팅 채널, 실무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장 찍듯 책을 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2~3개월에 한 권씩 책을 출간하고 있고 한 책에 몰입해 치열한 시장에서 잠깐이라도 빛을 볼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딥앤와이드는 천천히 우상향했고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책으로 꾸준히 오래 살아남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나름 가슴을 펴고 매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도산을 하는 출판사도 허다하다고 하니 어쩌면 버티는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욕심,,, ㅎ)


하지만 저 또한 야망이 있기에 25년까지는 무호흡의 열정으로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이 글을 읽는 우리 독자님의 손에 저희 책이 집혀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이 밖에도 저희와 비슷한 결로 출판계에서 꾸준히 책을 만들고 있는 소형 출판사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출판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 5년은 버텨야 한다는 말이 있듯, 우리가 빛을 뽐낼 날은 머지않았습니다.




+

*내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저희 딥앤와이드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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