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Jan 11. 2023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터널 증후군'

당신은 보이지 않는 길을 믿으시나요?



아주 어두운 터널에서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빛을 맹목적으로 좇아가는 것을 터널현상이라고 한다. 내게서 아득히 먼 일을 목표삼아 삶을 보내는 것이다. 그것은 대게 깊은 결핍에서 생겨나는데 우리는 그간 갖지 못한 것을 쟁취하기 위해 일종의 복수심으로 목적을 잡곤한다. 하지만 언제 도착할 지 모르는 터널에서 그 작은 빛에만 혈안 돼있다면 주위의 소중한 것을 절대로 볼 수 없다. 결국엔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클래스 작가들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라는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사랑, 누군가는 책임감, 또 누군가는 자존과 열정을 택하니 우린 현실을 살고 있음에 스스로 안도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것을 쫓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의 결핍은 무조건 채워져야 하는 것일까? 집으로 가며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진정 무엇을 중요시 여기며 살아가고 있냐고.

동기부여 영상과 성공하는 이를 보며 더 나아가야 한다고 채찍질을 하고, 그러면서도 낭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이중적인 상태. 나는 이 모습을 참 못나게 여겼다. 그렇지만 터널의 길이를 스스로 줄이며 전진하고 있었기에 31살 겨울이 돼서야 이런 나를 어여쁘게 여기게 됐다. 내가 이런 사람인 걸 어째. 너무 나태하지도 않고 경주마처럼 달리지 않는 건 꾸준히 고민하며 스트레스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 성장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제3자의 이야기를 잘 보려고 하지 않는다. 워낙 몰입이 강해 좋은 메시지를 들으면 그것을 내 인생을 쉽게 대입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정보들. 지금은 어지러우니 아무런 인풋이 없는 무의 상태가 필요하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금방 지식에 허기를 느낄 것이다. 그럼 책을 살 것이고 칼럼을 보고 글을 쓰겠지. 이렇게만 살아도 꾸준히 상승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의 보통은 이미 누군가의 허들이니 열등감을 느끼며 스스로 자책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이다. 일도 사랑도 자존도 뿌리가 깊지 않으면 작은 바람에 무너질터, 어쩌면 지금 이 시기가 구축의 단계가 아닐까 싶다. 찬란한 30대를 위한 인고의 시간 말이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혼자 망상하며 상처받지 않고 또 타인의 말을 오해하지 않으며 사려깊은 사람이 되기로.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상처 받지 않다보면 나는 치유될 것이며 백지의 상태가 될 것이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무엇이라도 새롭게 그릴 수 있을 때 향해를 나가는 사람처럼 부푼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야지. 그땐 오염되지 않는 감정에 선명한 시야로 지혜롭게 모든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안정’이라는 터널이 내게서 멀리 있다는 걸 알기에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 조금은 안심이다. 이제 마침표를 찍고, 숨을 쉬자. 그간 쌓인 생각이 차분히 정리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차피 바라던 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