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에 몸을 맡기고 유연해지는 게 좋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오늘 남이었던 사람과 내일 다정히 눈을 마주할 수 있고 내내 좋아했던 사람이 머지않아 내 등을 찍을지도 모른다. 생이별이 곳곳에 놓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염세적이니 생각의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어 내가 알고 있었던 사람이 가면을 쓰고 나를 상대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큰 인연이 없어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니컬'하게 믿는 것이다. 배신이나 이별 같은 부정적인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제 나름 선한 것도 떠올려 균행을 맞춘다면 모든 관계에 한 뼘의 여유가 생기고 혼자 손톱을 깨물며 발발 떠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종종 다가오는 고독과 악수를 할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성숙한 마인드인가.
어차피 바라던 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라면 흘러가는 것에 몸을 맡기고 유연해지는 게 좋다. 말랑말랑.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보다 침착하게 나를 제어하며 자존을 회복하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이미 몇 번 겪어본 상처는 이제 우리에게 작은 스크래치만 남기니 용기를 내되 몇 가지 가능성은 열어두자. 맹목적인 것은 때론 무수한 에너지를 주지만, 쉽게 사람을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 나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조심한다고 해서 불행이 100% 예방되는 건 아니니 인정하고 체념하며 다시 하루를 살아가면 또 멀쩡히 밥을 먹고 있는 당신을 보게 될 것이다. 한치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니 모험가처럼 흥분할 수 있는 삶. 좋은 것만 보면 우리가 겪은 고통을 조용히 흘려보낼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길. 틀 안에 갇혀 믿음을 옹호하기만 한다면 상처가 반복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