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되돌릴 수 있다면>

by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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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사실 갈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을

나의 오늘

나의 현재

4시 31분




나의 무기는 후회

내 후회는 지속되진 않지만 내 나름 꾸준한 시간을 보낸 뒤 꼭 한 번쯤은 해야 하는 내 인생의 통과의례다.

난 지금 사랑을 후회한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건가 보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녀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아니, 먼저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야 하지?




이런 망상에 빠질 쯤이면 시간은 빛처럼 빨리 흘러갔다.

내 망상은 그녀와 점점 더 멀어지게 할 뿐인데.




하지만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미 마음의 상처는 시간에 의해 조금씩 아물고 있고 우린 다시 일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아쉬워서, 내가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이렇게 바지자락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되돌릴 수 있다면 난 그때.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

















"혜원아."




"응?"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응. 너는 집에서 먹어?"




"글쎄, 오늘 일찍 헤어져서 친구 만나서 먹을까 싶기도 하고."




"너 삼겹살 먹고 싶다며. 친구랑 먹으면 되겠네."




"너랑 가기로 했잖아."




"그거야 다음에 또 가면 되지."




"그래. 건너자."








나는 혜원이와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녀의 품에는 오늘 내가 준 꽃다발이 안겨져 있다.

그녀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오늘 고백할 거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을까?







"저기 지하철 역이다."




"응. 저기 지나서 횡단보도 기다려줄게."




"좋아."




"꽃 있잖아. 물병에 예쁘게 해서 놔둘 필요는 없어."




"으응? 왜?"




"그냥. 귀찮아서? 요즘 날이 안 좋아서 금방 시들 거야."




"그런 게 어딨어. 예쁘게 해서 방안에 놔둘 거야."




"그래?"




"응."







우린 앞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혜원이의 짧은 단발이 여러 갈래로 날리는 걸 보니 왠지 모를 초연함이 느껴졌다.

어쨌든 넌 정말 예쁘구나

아쉽다 정말..

하지만 얘기해야 해. 이건 마지막 기회니까.




그때처럼 나는 발을 동동 굴러본다.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는 느낌이 났다.

역시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의 고백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다.




지하철 역 앞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다 왔다."




"응."




"조심해서 가."




"혜원아."




"응?"




"내가 오늘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내 말을 듣는 혜원이가 앳된 미소를 지었다.






"뭔데?"






나는 얘기해야만 했다.

현실을 바꿀 순 없지만 이렇게라도 말하면 조금이라도 속이 후련하지 않을까 해서.






"좋아해."




"응?"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




"우리 많이 만났고 이제 많이 친해진 것 같아. 그래서 오늘 고백하려고 온 거야."




"으응."




"근데 대답은 안 해도 돼. 이미 다 알고 있거든."






내 말을 들은 혜원이의 표정이 물음표로 변했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주 잠깐 생각을 했다. 우린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인연의 고리를 잘랐으니까

그리고 곧장 넌 듬직한 사람을 만날 걸 나는 알고 있으니






"우린 연인이 될 수 없잖아."






아주 간결하게 말했다.

혜원이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오늘이 타이밍이라 생각했거든.

지금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 정말 좋은 사람으로는 봐주겠지만 남자로서 네 가슴을 찌르는 뭔가가

부족한 게 있잖아? 그리고 난 네가 너랑 아주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아.

우린 잘 맞았지만 결과적으로 네 마음이 안 움직였으니 우린 연인으로서의 인연은 아닌 거겠지.

나 되게 지질하지만 내가 조금 더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했어.

전 남자 친구의 영향도 크겠지. 누굴 만나는 데에 있어 더 신중해졌을 거고 많은 생각도 할 거야.

그런 의도에서도 난 너한테 부족한 사람인 거 같고 너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내가 봐도 난 미래가 불투명했거든. 혜원아, 정말 이렇게 좋아해 본 게 얼마만인지. 나도 좀 신기하고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막 이가 떨리고 가슴이 떨린다. 근데 이미 아닌 걸 알고 있으니 어쩌면 여기서 안녕을 고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내 상처는 아무래도 줄어들겠지. 네가 받아줄지도 모르는데 혼자 오버했다고 집에서 바닥을 칠지도 몰라.

근데 난 너의 표정과 눈빛, 행동 모든 것에서 아니라는 걸 느꼈어.

공개적인 짝사랑이었는데. 네가 나한테 분명 여지를 줘서 이렇게 희망을 갖고 널 만났겠지. 그래서 조금 밉기도 해. 흠, 어디서부터 뒤틀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아쉽고 그래.

하지만 고백은 해야지. 난 네가 내 여자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백 번 천 번이고 했어. 내가 널 좋아하는 건 너도 알고 있었고 언젠가 고백을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야. 내가 좀 전에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땐 다르게 해서 널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잠깐 생각해봤는데

나는 너를 좋아하는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거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생각했어.

어쨌든 잘 지내야 해. 이런 말 하지 않아도 잘 지내겠지만.

많이 좋아했어.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이렇게 내가 먼저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처음 듣는 건데 그게 우리 관계의 끝에서 들으면 정말 슬플 거 같았거든. 보고 싶을 거야. 그래도 그동안 재밌었잖아 우리. 줄곧 괜찮아지겠지.

그래.."






혜원이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하였을 거다.

물론 이건 내 상상에 불과하지만.



나는 다시 표정을 밝히며 말했다






"내가 말이 너무 많았지?"





"아니야.."





"나 이제 내려갈게. 우리 이게 마지막이야 혜원아."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아.."




"넌 곧장 좋은 사람 만나더라. 나도 좋은 사람 만나겠지."




"......"




"안녕."




"응.."




"얼른 가."








마지막 미소를 띠고 나는 뒤돌아 걸었다.

등 뒤로 혜원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론가를 향해 걸었다.

이제 괜찮다. 모든 걸 다 말해버렸으니 그걸로 된 거겠지.




짧은 인연은 그렇게 11월의 낙엽처럼 쉽게 바스러졌다.






그리고 난 다시 눈을 떴다.











그래

좋은 인연은 오겠지.










































p.s



으아 정말 우울한 글이네요.



저는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전에 받았던 이런 영감들은 바람처럼 사라지는군요.

샤르르..

근데 제가 고집이 세서. 그래서 이 3분 소설을 집필합니다.

이번 글은 정말 바보예요.

하지만 전 뿜어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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