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Jun 13. 2023

초여름의 사색은 아주 귀합니다

2023년 06월 13일 일기





2023년 06월 13일의 일기


1. 나는 확실히 봄보다 초여름이 좋다. 더워지기 전에 부는 바람이 좋고 아무리 추워도 반팔로 버틸 수 있는 날씨가 좋다. 8시가 훌쩍 넘어서야 해가 저무는 게 좋고 흔들리는 잎을 보는 것도, 포장마차의 불빛도 좋다. 밤늦게까지 노는 사람을 보고 있자면 옛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고향에 가선 엄마랑 누나랑 엄정화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했고 파도를 1분 이상 바라보았다. 쪼리를 신고 모래사장을 걸었고 크게 호흡해 바닷공기를 마시기도 했다. 엄마가 해준 오징어 볶음도 너무 맛있었다. 새로운 레시피라던데 밥 두 공기 바로 부쉈다. 같이 먹은 해물된장찌개도, 오이무침도, 국물김치도 진짜 너무 맛있었다. 어쩜 소화도 잘 되는지, 사랑이 담긴 요리는 역시 다른가 보다. 고향 친구들과 소주도 진탕 마셨다. 노래방에 가서는 에픽하이와 클래지콰이 노래를 불렀다. 한껏 취해서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새벽길을 걸었다. 다음날 힘들었지만 밀면으로 해장을 했고 누나와 미래지향적인 대화도 나누었다. 열심히 번 돈으로 맛있는 것도 왕창 사주고 서울로 돌아온 나. 고향에서의 시간은 다시 일할 힘을 만들어 준다. 바로 클래스를 시작할까 했지만 한 주 정도 더 여유를 갖기로 했다. 왜냐면 이 초여름을 더 만끽하고 싶어서! 지금은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의 고요함이다. 


어제 러닝을 하며 생각했다. 약간의 걱정을 안고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고. 천하태평한 것보단 미간에 주름이 가있는 게 인간답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무엇을 그리 고민하고 있을까. 80억 인구만큼 고민이 있다 생각하니 내 걱정이 먼지 같이 느껴졌다. 우울을 무용하게 만드는 사색이 참 좋다. 어차피 다시 분주해질 테니 한 주 더 쉬자.


2. Joep Beving의 Etude를 겨우 완곡하고 꿈이었던 정재형의 '여름의 조각들'을 연습하고 있다. 피아노 악보를 보는 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다. @_@.. 그래도 한 마디씩 칠 수 있는 게 어디야.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이야기> 163page에 적었던 문장처럼 나는 건반을 누르며 연주에 몰입을 하고 있다. 참 신기하다. 역시 사람은 말하고 써야 행동한다. 마음먹은 대로 전부 되진 않지만, 용기만 가지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욕심쟁이인 나는 요즘 요가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너피스의 끝판왕이라고 하던데, 먼저 원데이 클래스부터 가보는 걸로 하자. 명상하는 법을 배우면 조금 더 차분해질 수 있을 것 같다. 


3. 클래스 모집은 이번 주 목요일부터. 새롭게 얻은 영감으로 만든 커리큘럼이 제법 마음에 든다. 푹 쉰만큼 더 좋은 에너지로 수업을 이끌어야지. 내가 또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 나도 궁금하고 설렌다.


4. 만약 당신이 최근에 큰 실수를 했거나 이별을 겪었다면 무언갈 하려고 하기보단 그저 흘러가는 하루를 고스란히 느끼며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것을 보길 바란다. 만약 슬프면 한 번 울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자.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사랑할 것이 많으니 너무 염세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수함보다 때 묽은 흙이 더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