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출근길에 김창완 아저씨의 라디오를 들어. 청취자에게 써준 편지에 반해 직접 듣게 됐는데 나긋한 목소리가 얼마나 편한지,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 찾아보니 23년 동안 DJ를 하셨대. 우아-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23년 동안 말과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다니. 나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었거든. 아주 오래오래 한 자리에서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말이야. 나도 언젠가 창완 아저씨처럼 글과 말로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될 거야. 어쩌면 내 꿈일지도?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있어. 30년째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 오래된 트럭으로 전국을 누비는 기사님, 오늘도 여김 없이 넥타이를 매는 아빠, 매일 졸린 눈을 뜨며 하루를 시작하는 너랑 창완 아저씨까지. 모든 어른을 가슴 깊이 존경해. 되도록이면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나 더! 조용히 이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다독여주고 싶어.
'그래, 그래 하영아. 너도 참 멀리 왔다. 지칠 때까지 쓰는 걸 멈추지 말자고. 더 내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내어주자. 이렇게 비범하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건 하나의 축복이야. 네 말로 누군갈 살리기도 하니까. 애쓰고 있어 정말.'
나는 내일 아침에도 창완 아저씨의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할 거야. 위로는 이렇게 고리를 만들어 연결이 된단다. 이게 세상이 따듯한 이유겠지. 너도 힘들면 나를 찾아와. 가끔은 누군가에게 기둥이 되어주기도 하고. 위로의 시작은 경청, 다정의 시작은 눈빛과 말인 거 알지? 우리 이 추운 겨울도 부대끼며 잘 보내보자. 오늘도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