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전히 안 좋은 일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시네요.
저는 그것을 '초연'이라고 말할게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어쩌면 우리 모두 초연한 게 아닐까 싶어서요.
우린 잘 울지 않고 소리를 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상황을 수긍을 해버리잖아요?
나에게 기대고 내 안에서 삭혀내고 나 자신을 토닥이는 우린 정말 초연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이렇게나 강한 당신은 누군가의 손이 필요한가요?
사실 전 정말 필요하답니다.
매번 생각하는 건 내 일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내가 아는 나의 모습이 내가 원했던 모습인가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그래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더더욱 우울한 걸지도 몰라요.
그런 내 마음을 과연 누구한테 털어놓을 수 있을까요?
만약 있다고 해도 힘들었던 모든 걸 다 털어놓기에는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해요.
기분 나빴고 힘들었던 걸 말해버리면 약해 보이고 바보같이 보이진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남에게 기대는 방법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뭐.’
‘어쩌겠어.’
속으로 되뇌고 아픔을 삭이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아는 우리가 내뱉는 말이죠.
초연은 나 자신이 강하다는 걸 느끼는 슬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그 의미가 궁금해 사전에서 뜻 찾아보니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어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하다.'
모든 상황을 조용히 수긍하는 당신은 어쩌면 지쳤을지도 몰라요.
분명 누군가에게 단단한 버팀목인 당신이 무언가에 푹 젖어 그 자리에서 세상의 모진 일들을 전부 받아낼 수는 없을 거예요.
주위를 한번 둘러봅시다.
당신의 손을 잡아줄 누군가는 분명 있기에.
그것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염치없게 쓰러지는 것도 우리가 한 번쯤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어떨 땐 고개를 숙이고 들지 않아도 됩니다.
그대로 울고 있다면 누군가는 분명 우리의 흐느낌을 듣고 등을 토닥여주겠죠.
P.S
여유를 가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