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지 마요>

by 신하영











언제든 좋은 사랑을 할 수 없는 우리였기에

어쩌면 나는 좋은 사랑만 하길 원했는지 실패를 겪고 그에 맞는 상처를 받으니 사랑하기가 싫어졌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로한답시고 따스한 말을 건네고

예쁜 말을 건네고 내게 손을 내밀어 줘도

나는 모든 게 새빨간 거짓말로 보일 뿐 내 마음을 열어주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메말라져 있었습니다.

감정은 메말라져 금이 가있고 거울 속 내 모습도 예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내가 자부한 일이라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죠.


똑같은 구름같은 사람이 나에게 와 비를 내려주고 좋은 바람을 불어주고 날 비옥하게 만들어주었지만

난 믿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토 해버리고 구름을 피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먹은 완전한 겁이었습니다.

내가 당신의 사랑을 받아먹고 예쁜 꽃을 피울 때쯤 당신은 또 다른 땅으로 가시진 않으실는지요.


그래서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게 저에겐 맞는 행동이었습니다.

저에게 상처와 이별은 만남 이전에 벌써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게 제가 했던 연애에서 생긴 습관이었습니다.


또 다른 구름은 다가옵니다.

어느 인연이 되었듯 나는 그 사람의 포근함이 잠시 편했지만 곧장 겁이 났고

소리 없이 도망쳤습니다.


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테지요.

아마 쫒아와도 모를 테지요.


그렇게 멀리 도망친 뒤 난 또 하루를 삽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갑니다.


하지만 다시금 나타난 당신은 내가 무색할 정도로 괜찮다며 나를 안아주려 했습니다.

가식적이야.

거짓말일 거야.

난 사랑할 수 없을 거야.

내게 내려준 비와 상처를 가려주는 그늘은 너무나 따스했지만 난 다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여지없이 당신에게서 멀어졌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나는 외로웠습니다.

이젠 외로움에 지쳤을 수도 있지만 사랑할 자신 또한 없었습니다.

앞으로 누군갈 만난다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 여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신중하고 차가워지고 홀로 도망을 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왜 당신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나는지.

나는 당신을 밀어내려 했건만 저 먼치 나에게 달려오는 당신을 모른 채 하기가 힘들어

다시 얘기를 하니 당신이 말합니다.


"다신 느끼지 못할 느낌이 당신에게 들어서요. 계속 두드릴게요."


나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소리 없이 도망치고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나에게 예쁜 소리를 하고 뭐든 괜찮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마음이 조금 열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안에서 내가 삼켰던 감정들이 마구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사람은 그 모든 것들을 차분하게 받으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당신은 확신에 차있었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내가 도망갈까 봐 겁을 한껏 먹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그가 어쩌면 내 마지막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린 서로를 알아가기로 했습니다.


당신의 세 번째 두드림에 마음이 열렸습니다.

만나지 않아도 알 수 없는 애틋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정말 예쁘고 잔잔하고 조용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근데 왜 또 멈칫, 하게 되는 걸까요.

왜 또 도망 가고 싶어지는 걸까요.


지금 나는 또 도망치려는 걸까요?







멈칫하지 말아요 제발.

나는 일찌감치 일어나 당신을 기다렸어요.

사실 어젯밤도 당신 연락만 기다렸어요.


있잖아요. 이번에까지 도망가버리면 나 이제 아무도 만나지 못할 거 같단 생각도 들고

당신이 너무 미워 울음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어쩜 날 이리도 힘들게 만드시나요.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당신이 예전처럼 도망갈 기미를 저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저는 너무 힘들어요. 그게 느껴지는 지금이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글을 써요.

이정도로 힘든 걸 보면 내가 얼마나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 당신을 얼마나 죽을 만큼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보고 싶어요.

당신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손을 잡고 내 어깨를 빌려주고 싶었어요.

당신도 날 보고싶다 말했어요. 사실 그걸로 난 끝난 사실이었죠.

그때 마음 먹었어요. 꼭 옆에서 기둥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인가요. 난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난 사람일 수도 있는데 지레 겁부터 먹고 예쁜 사랑을 하지 못할 거 같은 예감이 내게서 등을 돌리지 말아요.


나는 당신에게 처음 느꼈던 그 감정이 아직 생생히 살아있어요.

내가 얼마나 자존심이 센데요. 그렇게 도망간 사람을 뒤쫓아가 본 적은 처음이에요.

그리고 세 번째면 나 꾸준하지 않아요? 믿음이 조금 가지 않아요?

근데 왜 또 도망가려고 하세요.

당신이 도망가면 내 일상은 완전히 무너진다고요.

억울하고, 슬프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이런 감정으로 다시 누군갈 사랑할 수 있을까 하며 울음을 터트릴 거예요.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안 좋은 생각 하지 말고 내 손 잡아요.

너무 생각이 많을수록 사람은 부정적 여질 수밖에 없대요.

난 당신이 여지만 준다면 언제든 기다릴 수 있으니 그냥 내게 말 한마디만 해줘요.

미안하다는 말 빼고요.


보고 싶어요.

진심으로 보고 싶어요.


제발 도망가지 말아요.

이번에 도망가버리면 나 정말 포기할 수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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