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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Mar 30. 2022

리더의 고집이 "소신"이 되는 순간

팀장병법2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팀장의 고집,
때로는 독단적 의사결정도 필요하다. 


우리는 조직에서 고집스러운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을 독불장군 또는 우스갯소리로 노빠꾸(?)라고도 말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 대신 스스로의 확신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은 대중에게 인기가 없다."소통"이 잘 안 되는 고집스러운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필자도 팀원일 때 어떤 이슈를 해결함에 있어서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듣고 상의하여 결정하는 사람을 좋아했지, 불도저처럼 본인의 생각을 원웨이(one way_일방통행)로 밀고 나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팀장을 "비 민주적이고 리더십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그게 맞을까?


돌이켜보면 민주적 의사결정, 다수의 합치적 의사결정이 모두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었다. 독단적이고 고집스러운 의사결정이 모두 참혹한 실패를 낳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경험한 성공적 의사결정은 상황과 시간 그리고 "리더의 실력"에 따라 일방통행으로 갈 수도 있었고 쌍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다. 충분한 실력이 있고 사안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다수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빠르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절차적 공정성을 요하는 일은 프로세스를 타야 하겠지만). 설상가상 시간이 많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모두의 의견을 끝까지 잘 들으면서 천천히 갈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리더의 역량수준과 상황에 따라 함께 생각해 보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 있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필자가 한 회사의 조직 개발실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연말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대표이사가 필자에게 조직몰입을 주제로 전사 특강을 해 달고 부탁을 했다(업무지시보다 부탁의 느낌?). 당연히 부담이 되었지만 필자는 사장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였기에 흔쾌히 억셉트를 했다. 조직에 문제가 좀 있었고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다잡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 첫출발로 조직개발 실장의 특강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한 회의에서 임원들은 다른 의견을 주었다. 그리고 "특강"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하고 싶어 했다. 필자의 특강이 아니라 팀원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가 함께 내년도 조직개발 플랜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었다. 필자는 임원들에게 이번 건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이야기 했고 사장과 필자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 전달했다. 내년도 계획은 당연히 직원들에게 공유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다른 팀장들과 함께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할 일이었다. 이번에는 조직개발 실장이 혼자 감당해야 할 일임을 분명히 이야기했다. 당연히 그것은 혼자 무대에서 주목받기 위함도 아니었고 팀원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조직의 민감한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리스크였다.


필자는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나름 성공과 실패에 대한"촉"이 있었기 때문에 굽히지 않았다. 솔직히 가급적이면 임원들과 맞서지 않고 함께 잘 맞춰나가는 스타일이긴 했으나 이번 건은 그의 의견대로 나가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잘못하면 팀 구성원 모두가 우스운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시쳇말로 "갑툭튀(갑자기 튀어나온...) 즉, 연말 행사의 전체 방향에 맞지 않는 갑작스러운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필자의 생각이 맞았다. 특강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사장도 만족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임원들도 필자의 판단이 맞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수의 의견이라고 반드시 따라야 된다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것이 꼭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문제는 리더의 역량과 경험과 판단이다. 


미국 케네디 정부 때 벌어진 피그스만 침공도( 1961년 미국이 쿠바인 망명자 1400명으로 쿠바를 침공한 사건. 쿠바 군은 이를 격퇴시키고 5300만 달러를 받고 포로를 풀어주었다), 베트남 참전도 모두 집단사고로 내린 결정이었다. 2003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의 폭발도 몇몇 사람들이 제기한 부품 문제를 다수가 묵살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결국 다수 중심의 의견 일치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었다. 




집단지성, 다수의 의견, 상의, 논의, 합치,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팀장, 이 모든 민주적 리더십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리더십을 생각하고 말할 때, "간극을 좁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의견차이의 간극을 좁힌다는 것은 반드시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 타인의 의견과 내 의견의 거리를 꼭 좁혀야 한다는 강박이다.

능력 없는 팀장이 거리를 좁히는 일에 치중하게 되면 그 조직은 오히려 응집력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팀장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된다면, 나의 전문성으로 충분히 잘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다수의 의견이지만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팀장은 고집스럽게 원 웨이로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원 웨이를 쓸데없는 고집이 아닌 "소신"으로 만들려면 "일에 대한 전문성과 숙성된 경험, 그리고 통찰"을 가져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이것이 있다면



경우에 따라 고집은 "소신"이 될 수 있다.

리더는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신을 갖고 결과를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오늘은 내가 갖고있는 것이 고집인지 아니면 소신인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Photo by Andris Romanovskis on Unsplash

Photo by Miguel Henriques on Unsplash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태준열 리더십 코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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