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업에 있을 때 너무나 하고 싶었던 말이다. 물론 조금은 돌려서(?) 에둘러 말씀을 드린 적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대표님! 사실은 이렇습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뭐 그래도 난 나의 생각과 의지를 많이 이야기 한 편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던 내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한때 나는 이런 꿈을 꾸기도 했다.
"태실장, 우리 직원들은 워크숍에 가면 미친 듯이 잘 놀고 액티브한데 왜 회사에만 오면 좀비처럼 되는 거죠?" 대표가 나에게 물었다. 지금이다!. 나는 대표의 면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당신 때문이잖아요- 당신 때문!" ㅎㅎ 화를 내면서 그리고 울분에 찬 표정으로 대표에게 쏟아붓는다.
물론 꿈이다. 나는 가끔 이런 꿈을 꾸었다. 다행히 꿈을 꾸고 난 후에는 뭔가 후련하기도 했다. 당시 화가 많이 나 있던 나를 또 다른 자아인 내가(잠재의식) 진정시켰던 것 같다. 그럼 현실에서는? 그렇다. "대표님이 최고 리더이십니다. 리더가 잘하면 다 해결됩니다". 이런 의미를 쓰리쿠션을 먹여 공중제비돌기를 한번 더 하고 대표님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한다.
실로 대표에게 하는 직언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또 어려운 게 없다.
모든 대표이사는 회사가 건강한 조직이 되길 원한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더 많이 성장하길 바란다. 아마도 회사가 망하길 바라는 대표이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야기를 듣거나 내가 경험했던 몇몇 대표이사들을 보면 어쩌면 그리도 자신의 회사를 먹먹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본인이 그러고 있는지 잘 모르니까 그럴 것이다. 알면 그러겠는가.... 아니면 애정이 식었을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럴 때 주변 누군가가 직언을 해 줄 수 있다면 대표는 더 많이 성장하고 자신의 회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열지 않고 누군가의 직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면 성장은 없다.
오픈마인드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 "나도 잘못 생각할 수 있다"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착한 사람을 조심해라. 그 사람은 본인이 착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자신이 하는 생각 대부분이 선의로 가득하며,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잘 돌아보지 않는다. 반면에 자신이 착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좀 거친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돌아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다"
대표이사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뭔가를 이룬 사람이고 성공을 했거나 적어도 성공으로 가고 있으며 역경을 헤치고 이만큼 온 사람이지 않은가. 때로는 자신에 차 있거나 성공경험을 너무 믿어버리거나 자신의 성공방식을 전부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을 돌아볼 수 없다. 자신을 돌아볼 수 없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
대표이사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최고 정점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정점에 있는 자에게 쉽게 고언을 하겠는가..
대표이사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 주변의 직언을 들어야 할 때는 바로 이럴 때다.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대표이사는 주변의 직언을 들을 때가 된 것이다.
1. 대표이사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한다
물론 회사의 규모나 사업종류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업에서 대표가 임원 또는 팀장에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거면 임원이 왜 있고 팀장이 왜 있고 팀원들이 왜 있는 것인가. 본인 혼자 다 하지. 상위 리더로 올라갈수록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을 펼칠 때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있는데, 그것은 "설득력, 공감력, 토론력, 수긍력"이다. 내 생각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협의와 합의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아예 내가 직접 해 버리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일 줄 모르는 것이다. 본인은 여전히 현업력을 가지고 있다고 내심 좋아하겠지만 그건 실력이 좋은 게 아니다. "나는 대표로서, 리더로서 필요한 진짜 역량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내가 리더라면 왜 마이크로 매니징의 유혹에서 벗어나냐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생각해 내기를 바란다.
2. 좋은 의도가 모두 좋은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닌데....
조직개편 때 인력 구조조정을 한 적이 있었다. 많은 동료, 선배, 후배들이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당연히 조직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일할 맛이 나지 않았다. 이때 어느 임원이 대표에게 제안을 했던 것 같다.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금일봉을 주자고 말이다. 우리는 회식 때 금일봉을 받았다. 남아있는 사람이라도 힘내서 다시 시작하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대표이사와 임원의 의도는 좋았다. 선한 의도다. 하지만 방향과 방법이 맞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먼저 취해야 행동은 이런 것이어야 했다. "왜 우리가 인력조정을 해야 했는지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모두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용기 있게 마련했어야만 했다.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 금일봉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를 위로하지 못했다. 동료들의 피 값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나만의 확증편향 그리고 관념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너무 확실하게 그럴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 수록 주변에 조언과 의견을 구했으면 한다
3. 리더(팀장, 임원)를 잘못 선발할 때(내부선발, 외부채용 등)
피터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리더를 선발할 때는 당신 자식이 그의 부서에 가서 일 해도 좋을지를 생각해 봐라" 이건... 정말 맞는 말 아닌가? 내(사장) 자식을 그의 부서에 보낼 만큼 든든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면 그는 리더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는 리더로 선발되어선 안된다. "이 사람은 어떻게 팀장이 되었을까?, 이 사람은 어떻게 임원이 되었을까?" 가끔 이런 의문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여지없이 그 생각을 깨 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들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데 대표이사만 모르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대표이사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민감"하지 않아서이다.대표 앞에서만 능력 있는 리더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은 언젠가 깨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대표가 정하는 것이다. 대표가 오랜 시간 동안 모르고 있다면 거짓의 시간도 그만큼 길어질 것이다.
"기업의 수준은 그 회사가 담고 있는 리더의 딱 그 수준이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 같다. 대표이사의 수준에 따라 회사의 수준도 결정되고 성장가능성도 예견될 수 있는 것 같다. 쉽게 말해 대표를 보면 다 보인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에 다니는 후배의 고충을 들은 적이 있다. 미친 듯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대표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글세... 그는 자신의 조직을 서서히 침몰시키고 있는 리더 같다. 내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이 채용한 리더들의 손과 발을 꽁꽁 묶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많은 월급까지 주고 있다니!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