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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Mar 08. 2019

팀장의 말하기 2

장모님과의 해프닝 <책임커뮤니케이션>

내가 머리가 나쁜 거였는지 정신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맞구나'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소통과 말 습관에 관한 것이었다.


3년 전까지 장모님은 당시 유치원생 이었던 둘봐주고 계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아내와 나는 맞벌이로 바쁜 일상을 보냈고 집에 오면 대략 저녁 8시 정도였다. 아내보다 먼저 집에 온 나는 얼른 장모님을 보내드리고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한 15분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받아보니 장모님 목소리였다.


나: 어머님, 어쩐 일이세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하셨네요?

어머님: 아, 내가 전화기를 놔두고 나왔어. 지금 친구 전화로 전화하는 중이야, 지금 BB바케트에서

             친구들 만나고 있는데 내 전화기 좀 갖다 주겠나?

나: 네 어머님 당연히 그래야죠, 마침 애엄마 들어왔으니까 갖다 드릴게요

어머님: 아니 그냥 여기까지 오지 말고 중간에서 만나세 그게 빠를 것 같네

나: 네 어머님 그럼 그러시죠, 지금 핸드폰 가지고 나가겠습니다.


둘은 이렇게 통화하고 집과 BB바케트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집에서 나와 장모님과 이야기 한 중간지점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와 있었다. 그런데 장모님이 보이지 않았다. 한 5분을 기다렸다.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뭐지? 아.... 뭔가 꼬였다는 것을 느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BB바케트로 가야 하나? 가면 더 꼬일 텐데.... 아니면 어머님!! 하고 소리쳐봐야 하나? 일단 그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5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 장모님의 목소리가 찻길 건너편에서 들렸다. 태 서방~~~ 왜 거기 있어!! 내가 건너가겠네!!


상황을 보니 차도를 중심으로 장모님은 내가 가는 길 건너편에서 오고 계셨다. 그리고 차도 중간에 고가 터널 구조물이 있어 서로 건넌방 향에서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역시 장모님도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 거다. 커뮤니케이션 미스였다.

난 이렇게 말 했어야 했다. ' 어머님, 제가 지금 나가는데 어머님은 어느 쪽으로 오시겠어요? A아파트 쪽? 아니면 B아파트 쪽?'  네~그럼 제가 A아파트 쪽으로 가겠습니다. 한 5분 정도 걸릴 거예요. A아파트 정문에서 봬요'


아무튼 장모님을 어렵게(?) 만나 핸드폰을 건네드렸다. 나는 이렇게 간단한 소통도 꼬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팀장이 되면 명확한 말하기가 더 중요해진다. 팀원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도, 상사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것도 명확해야 한다. 우리는 말을 하거나 듣는 과정에서 '이해했다'라고 한다. 물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말하는 것을 상대방이 이해했는지,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내가 이해했는지, 서로 이해가 안 됐으면 어느 대목에서 이해가 안 됐는지, 너와 내가 서로 이해를 같이하고 있는지이다


팀장은 명확히 말해야 한다.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는 한 이슈를 가지고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과 상대방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 달라서 생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모자라서 생기지 않는다. 1) 중요도가 다르고  2) 이해도가 다르고   3) 머릿속 이미지가 다르다. 따라서 무엇을 말로 전달할 때, 들을 때는 끝에 반드시 확인하는 말을 해야 한다.



' 난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데 당신은 어떤가요?, 우리 이런 것으로 같이 이해하고 있는 거 맞죠?' 이것을 말했는데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 거죠?' ' 그 말씀은 이렇게 이해되는데, 이런 게 맞는 거죠?'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상대의 이해도와 나의 이해도 수준이 같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미스는 대단히 중요한 이유 때문에 생기지 않는다. 정말 사소한 이유로 생긴다. 반면에 그 대가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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